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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돈 정부-노동] 준비 덜 된 ‘노동존중사회’… 정책 '널뛰기'에 노사 모두 반발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고용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 정부가 경영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서 정부는 노사 양측에서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김명환(앞줄 가운데)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분쇄!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저지!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구호는 신선했지만 이를 채울 준비가 부족했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정책 기조는 가다 서다 ‘널뛰기’를 반복했다. 정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상황의 어려움 속에 경영계가 도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쪽으로 기조를 수정했고, 이에 노동계가 돌아서며 노사 양측에서 비판을 당하는 어려움이 가중됐다. 전문가들은 임기 후반기는 마찰을 수습하고 행정적 내실화, 시장과의 조율을 통해 공약이 확실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 개선 등 눈에 띄는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것은 노동존중사회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경 펠로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친기업 성향이었으니 충분히 선택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직면한 현실은 간단치 않다. 최저임금은 2년간 대폭 오르자 경영계가 극렬 반발했고, 여론에 밀린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겨우 2.9% 올렸다. 2020년은 물론 임기 내 1만원 달성도 쉽지 않다. 결국 문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했다. ‘주52시간’으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단축 공약은 유연근로제 완화를 주징하는 경영계의 목소리를 의식해 탄력근로제 개편안을 경사노위 합의로 내놨지만 이번엔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반발이 거세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공공부문에서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식이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경우 유럽연합(EU)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난 뒤에야 비준 작업에 속도를 냈다.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 단결권 강화 방안을 냈지만 쟁의 중 사업장 점거 제한 등 경영계 요구사항도 포함하는 바람에 노사 양측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은 지난 1960년대 이후 이 정도로 바뀐 예가 없을 정도로 상당히 파격적이었지만 지난해 고용지표의 악화 이후 과거 정권의 동선을 다시 좇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각종 노동정책은 미완성에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은 줄어드는데, 탄력근로제 개편안과 한국형 실업부조나 ILO 핵심협약 등 주요 국정과제는 국회에 묶여 있다. 내년이 총선이라 올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변 환경도 정부에 힘을 실어줄 만한 건 못 된다. 정부가 현실적 어려움에 경영계의 목소리를 반영했지만 정책기조에 대한 집요한 비판은 그대로다. 반대로 노동계는 노동존중사회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정부가 서둘러 경영계를 의식한다며 반발여론이 높다. 이 교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내년엔 총선도 있으니 최근 들어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하던 흐름을 급격히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대형 정책을 밀어붙일 동력은 적다”고 말했다. 최 객원교수도 “임기 초 과속이 정책 주도권을 잃게 했기에 후반기에 추가로 시장에 충격을 줄 정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반전을 맞이하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정책에서도 법 개정 등이 필요할 정도의 큰 정책 욕심을 부리기보다 추진 중인 공약사항의 안착을 위해 노력하기를 조언했다. 최 객원교수는 “정책 방향성을 180도 뒤집기보다 시장과의 조율을 통해 균형적 위치를 찾아가며 진정된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지금은 행정적 차원에서 근로감독, 산업안전 등 노사, 진보·보수 모두 문제 삼을 수 없는 분야를 개선하는데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는 “정부가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고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며 “현 정부의 기조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기업은 정부를 따르는 시늉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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