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중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라오스 등 5개 국가 사이에 무역 확대를 위해 2005년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아·태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참가국(예: 중국)에서 비참가국(예: 홍콩)을 경유해 참가국(예: 대한민국)으로 물품을 운송하는 경우 원산지 세탁을 방지하고자 마치 ‘수출참가국에서 발행된 통과선하증권(Through B/L)’을 제출한다. 이 증권은 참가국 사이의 물품 교역, 직접운송은 아니지만 직접운송으로 간주해 협정관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과선하증권이란 물품 운송구간 도중 다른 선박회사의 선박을 이용하거나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을 교대로 이용하는 경우 최초의 운송업자가 모든 구간의 운송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고 발행하는 증권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국가물류시스템이 아직은 미약한데다 중국 선박업체의 영세성이 높다. 그래서 중국 수출기업들의 경우 트럭 등 육상운송을 이용해 홍콩항까지 물류를 운송한 다음 홍콩에서 환적해 해상운송 등을 통해 대한민국으로 물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시아 물류 허브 지역인 홍콩 주변 중국에 수많은 물품 생산공장이 설립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일선 세관은 이 같은 중국 내 통과선하증권 발행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원산지 세탁이 없었음을 증빙하기 위한 보충서류로 중국 내 트럭운송 적하목록인 ‘칭단’의 제출로 아·태 무역협정 협정관세율 적용을 인정해왔다. 하지만 2013년 통과선하증권이 필수적 제출서류라고 그 입장을 변경해 협정관세율 적용을 배제하고 기본관세율과의 차액 상당 관세 등을 추징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 변경으로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출해 물품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생산하던 영세업체들에 큰 타격을 줬다. 이에 피해를 입은 경인 지역의 20개 이상이 참여해 정부 방침에 부당성을 호소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을 거쳐 올해 초 대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수출참가국에서 발행한 통과선하증권’을 발급받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신빙성 있는 증명서류를 제출해 직접운송 간주 요건의 충족을 증명할 수 있다며 단순히 ‘통과선하증권’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형식적인 이유만으로 아·태 무역협정의 협정세율 적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두57809 판결)해 일선 업체들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각국의 무역전쟁을 보아 다시 알 수 있듯이 국가 경상수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세는 수출 기업 당사자에는 판로의 확대와 축소, 수입 기업 당사자에는 손익 증감에 따른 물품 생산·수입 정책과 경로의 변경 등 복잡한 함수관계에 의해 일선 기업 현장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가져다준다. 대법원의 판단 덕분에 대한민국의 최대 수출입 대상국인 중국을 포함한 아·태 무역협정 참가국 사이의 무역 거래가 보다 활로를 찾는 계기가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세 중소 수출입업체들도 일제의 환영을 뜻을 밝혔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나머지 아·태 무역협정 참가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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