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통합기구 실무협상팀을 출범하는 등 보수 우파 통합에 시동을 걸었으나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당내 초선 의원들까지 ‘조건 없는 빅텐트’을 내걸고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정작 논의 대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우리공화당이 각기 다른 조건을 내세우는 등 180도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한국당은 총선기획단 2차 회의 결과 당내 통합협의기구 실무팀에 홍철호·이양수 의원을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두 의원은 앞으로 바른미래당·우리공화당을 비롯해 재야 보수 세력들 사이에 진행될 통합 논의 과정에서 대화 창구이자 실무 작업을 맡는다. 이에 한국당 일부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 소속 의원들도 이날 모임에서 “보수대통합이 모든 보수·우파 진영을 포괄하는 ‘빅텐트’가 돼야 한다”며 힘을 보탰다. 정부 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조건 없이 보수 전체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이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이 ‘보수 재건 3대 원칙’을 받아들이면 통합 논의에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다. 논의 대상인 변혁·우리공화당이 이른바 ‘탄핵 책임론’을 두고 180도 다른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보수 재건을 위해서는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3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찬반이나 책임론에 대한 ‘불문’을 전제조건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것이다. 반면 우리공화당은 유 의원 등 탄핵 ‘동의’ 세력과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변혁 신당기획단장을 맡은 권은희 의원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 대표가 내건 3대 원칙 자체가 한국당과 통합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라며 “(황 대표가 제시한) 대화 자체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같은 날 본인 페이스북에도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 이를 명확하게 천명하고 우리의 길을 간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인지연 우리공화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명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며 “유승민 포함 ‘탄핵 5적’ 정리도 못 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느냐”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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