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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한반도24시]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유예를 보며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美 강력한 압박 예상됐던 사안

한일만의 문제로 여길 일 아냐

애초 국제환경 전략적 판단 후

국익도 도모했다면 좋았을 터





지난 석 달 동안 한일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마지막 순간에 ‘조건부’ 유예됐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중단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에 의외의 반전이다. 지소미아가 단순히 한일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한미관계는 물론 최근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된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파기할 수 있는 조건부라는 점에서 ‘지소미아’의 계속성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우려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의 한국 배제라는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협의 여하에 따라 위기 국면은 다시금 재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소미아 사태와 관련된 양국 정부의 입장이 크게 변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일본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그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존중 결정에 따른 보복 조치라고 보고 있고, 지소미아가 연장되지 않더라도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지소미아와 별개 사항이며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소미아 중단의 조건부 유예 결정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강력한 압박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압박 외에도 국내외 전문가들의 비판 및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고, 불화수소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반일감정을 안보문제로까지 확산시키는 것이 한국 정부로서도 부담스럽고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지소미아 조건부 유예 결정 이후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방문한 것도 이러한 측면을 보여주는 일단이라고 하겠다.



이번 결정에는 미국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나 관가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 중단에 대해 연일 강력한 반대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가 연장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8월23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크게 실망했다는 입장을 밝혔고. 9월 말에는 미 하원이 한미일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이달 15일에는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도 유예 발표 하루 전인 21일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직 대사의 언급처럼 미국이 이번처럼 직접적으로 실망과 우려를 표명한 적은 드물다.

한 가지 의문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이같이 강력한 압박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예상했음에도 이러한 파동을 초래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지소미아는 인도·태평양 안보와 방어의 토대가 되는 중대한 군사정보 공유 합의’라는 미 상원의 결의안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지소미아를 단순히 한일 간 문제로 보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요구와 인식이 미국 외교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할 의회와 관가에서 나온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이러한 요구와 인식을 몰랐어도 문제지만, 알았음에도 이 같은 혼란을 자초했다면 한일관계를 한일 양국 관점에서만 보는 안일한 인식과 전략, 그리고 자기주장만을 앞세우는 근시안적 시각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지지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지소미아 종료 철회라는 용단을 내린 현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애초에 이러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내 상황만이 아니라 상대방 및 국제환경도 고려해 국익과 정치적 이득을 아우르는 안목이 아쉽게 느껴진다. 21세기 국제환경은 한국으로 하여금 보다 넓고 깊은 안목을 요구하며 그에 따른 자신감은 물론 책임감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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