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절반가량은 아직 국내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지 않아 경제상황이 추가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기업 10곳 중 9곳은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부담 요인으로는 수출경기 둔화가 꼽혔다.
서울경제가 5일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국내 주요기업 109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기업경영 전망 및 기업투자지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정부에서 조만간 경기가 저점을 찍고 상승할 것이라는 ‘경기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응답기업의 46.8%는 이런 정부의 시각에 ‘대체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대체로 동의한다(45%)’ ‘전적으로 동의한다(5.5%)’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2.8%)’ 순이었다. 우리 경제가 아직 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전체의 49.6%로 절반에 육박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올해 경기와 관련해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거시경제 전망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전체의 46.3%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2.6%였으며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1.1%에 불과했다. 특히 업종별로 자동차 업체의 71.4%, 철강의 66.7%, 건설의 60%, 제약·바이오의 55.6%, 전기·전자 및 조선 업체의 50%는 올해 한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주력업종들이 올해 국내 경기의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하는 것이다. 매출액별로는 매출 10조원 이상 기업의 41.7%가 올해 국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반면 매출 1조원 이하 기업은 55.6%가 나빠질 것이라고 답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올해 국내 경제를 더 비관적으로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내 경제의 불안요인으로는 가장 많은 24.8%가 ‘수출경기 둔화’를 꼽았고 ‘민간 주체 경제심리 약화(15.6%)’가 뒤를 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보통’이라고 평가한 비중은 46.1%로 가장 높았으며 정부 정책 중 잘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20%로 가장 많았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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