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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드러낸 민낯

김연하 성장기업부기자





“사업하는 사람이 오늘만 생각하면 됩니까. 장사 하루 이틀 하다 말 게 아니라면 길게 봐야죠.”

최근 한 마스크 유통기업 대표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기업은 보건용·일회용 마스크를 포함한 의약외품을 약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제가 거래하는 마스크 공장 앞에 중국 사람들 10여명이 와 있는데 한 명이 ‘10만장 장당 1,500원에 줄게’라고 하면 옆 사람이 ‘나는 1,600원’이라고 외치고 그 옆 사람은 다시 ‘나는 1,700원’이라고 외치며 마치 경매처럼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더라”고 전했다. 사망자가 매일 수십 명씩 발생하는 중국에서의 마스크 수요가 한국을 넘어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이곳은 공장 앞에 몰려든 중국인을 내쫓고 기존 업체에만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현장에서 현금을 받고 중국인들에게 파는 회사도 많이 있지만 기존에 거래하던 곳들에 꾸준히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있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결국 사람의 성향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눈앞에 수억 원이 놓인 선택의 갈림길에서 순간의 일확천금보다는 앞으로의 신뢰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모두가 신뢰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기회로 삼기도 한다. 한 생활가전 업체는 최근 2년 전에 출시한 스팀다리미의 살균력을 강조하는 자료를 갑자기 배포하며 바이러스로부터 스스로 보호해야 한다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업체는 자사 제품의 항균력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으며, 폐렴을 유발하는 유해균으로부터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마스크나 손 세정제의 가격을 기존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올려 판매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흔히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에게’ 닥친 위기가 아닌 ‘타인에게’ 닥친 위기일 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수백 명이 사망하고 있는 재난 상황을 지금 당장의 기회로만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민낯이 아니길 바라본다.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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