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연구진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플렉시블 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플렉시블 복합산화물 박막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이 박막은 ‘떼어 붙이는’것이 가능해 다양한 방법으로 결합한다면 여러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지는 새로운 전자기소재를 개발할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신소재융합기술연구부 이준혁 박사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김지환 교수, 금현성 박사, 위스콘신주립대 엄창범 교수로 구성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떼어 붙이는’ 단일 복합산화물 멤브레인(박막)을 제작해 이들을 결합하는 새로운 공정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는 과학 분야 최고 국제전문학술지‘Nature’ 최신호에 게재돼,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떼어 붙이는’공정의 비법은 그래핀에 있다. 기존 복합산화물 박막은 기판에 고정되어 있어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다른 종류의 박막과 결합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연구진은 기존과는 다르게 기판 위에 그래핀을 부착하고 그 위에 복합산화물 박막을 합성했다. 기판과 박막 사이에 약하게 붙어있는 그래핀을 활용한 덕분에 테이프처럼 약 1㎠ 크기의 박막을 기판에서 분리해낼 수 있었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방법을 활용해 압전성을 가지는 납 마그네슘 니오베이트-납 티탄산염(PMN-PT)과 티탄산바륨(BaTiO3), 유전체인 스트론튬타이타네이트(SrTiO3), 자기변형성을 띠는 코발트산화철(CoFe2O4, CFO)과 이트륨 철 가닛(YIG)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떼어 붙이는’ 기능성 복합산화물 박막을 제작해냈다.
기판에서 떼어낸 ‘프리스탠딩(Freestanding)’ 상태의 박막은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스마트폰 또는 모니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 눈, 의류 등에 부착이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제작에도 응용될 수 있다. 또한, 박막은 종류별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반도체 공정에서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떼어낸’박막을 레고블럭을 조립하듯 서로 ‘붙여’ 새로운 소재를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소재는 결합된 두 복합산화물의 특성을 모두 갖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된다. 대표적으로 PMN-PT 박막과 CFO 박막을 결합해 외부자기장 유도 시 기존보다 수십 배 향상된 전압을 나타내는 소재를 개발했다.
PMN-PT와 CFO가 결합된 이 소재는 PMN-PT의 압전성과 CFO의 자기변형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외부 자기장을 유도하면 자기변형성으로 인해 CFO 박막이 변형을 일으키고 이 변형이 PMN-PT 박막에 영향을 주어 압전성으로 인해 전압을 발생시킨다. 이처럼 자기장으로 유도된 전압은 기존 소재보다 수십 배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전자기적 특성을 가진 프리스탠딩 박막의 결합공정을 발전시킨다면 센서, 컴퓨팅 소자, 전지 등의 기능을 모두 가지는 소재가 탑재된 새로운 플렉시블 전자기기가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준혁 박사는 “이번 연구로 모든 전자기적 특성을 가진 ‘만능’신소재 탄생의 길이 열렸다”며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떼어 붙이는’ 공정을 발전시켜나가 점차 상용화될 플렉시블 전자기기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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