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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코로나 추경 시기상조다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국채발행에 나랏빚만 증가 우려

재정보다 기금 통한 지원이 우선

추경은 상황변화 보며 결정해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경제적 피해에 대한 대책 수립을 위해 어느 정도 규모의 재원이 필요한지 산정해 국회에 보내달라며 사실상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날 경제가 비상시국이므로 전례를 따지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연간 예산 잉크가 안 말랐는데 추경을 물어보는 게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청와대와 여당이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민 보건안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경제적 충격을 막기 위해 국가 수단을 총동원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19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추경의 용도는 첫째, 방역과 예방 활동에 필요한 경비이며 둘째,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지출이다. 그 중 첫째 방역 예산은 사용 목적이 비교적 명료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음압 격리 병상 확충 등을 위해 2조 5,000억원을 추경으로 썼다.

올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는 재난 재해에 대비한 예비비를 쓸 계획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바로 집행할 수 있어 국회를 거쳐야 하는 추경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교민 임시 격리시설 운영비 등을 위해 1,041억원을 지출하기로 우선 결정했으며 필요하면 2조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전국에 음압 격리병상이 몇 개 없었던 메르스 당시보다 시설 장비와 감염병 예방 시스템이 확충돼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작성한 세계보건 안전지수에서 한국이 전체 195개국 중 9위에 오를 정도가 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충분한 규모다.

전염병 사태로 인한 개인·기업·국가의 경제적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지출은 얘기가 조금 복잡하다. 중요한 건 정부 돈으로 하는 일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업자에게 정부가 돈을 직접 주는 게 아니라 고용보험에서 내주고 정부는 고용보험 재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게 원칙이며 상인들이나 기업의 피해는 보조금이 아니라 융자로 지원해야 형평성이 맞다.



따라서 반드시 재정으로 충당할 필요가 없으며 전문성이 있는 금융기관이나 기금을 통해 지원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피해를 본 항공 해운 등을 돕기 위해 정부가 4,200억원의 융자 지원을 시작했고 국책 금융기관 등을 통해 2조원을 공급할 계획도 마련했다. 관광기금 등 정부의 각종 기금을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메르스 때도 10조원 정도를 재정 밖에서 지원했다.

물론 여건이 된다면 국가 경제의 쇼크를 줄이기 위한 추가 재정지출을 고려할 수도 있다. 사스 때 국내총생산(GDP)이 0.1%포인트, 메르스 때는 0.3%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번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은 아직 추정하기 어렵다.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지금 규모를 정할 수 없으며 잘못하면 2차·3차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세계 잉여금이 거의 바닥나고 세수가 세출 증가에 못 미쳐 추경을 편성한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GDP의 3.5%나 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지난해보다 60조원 이상 늘어난 국가채무도 신경 써야 한다. 중국 등 대외환경이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국내 재정을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추경과 국채 발행이 자칫 나랏빚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2020년 예산의 62%를 상반기에 쓸 계획이다. 여기에 집중하고 추경은 추후 진전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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