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잇따라 최근 하락장의 ‘뇌관’으로 작용해온 신용공여 담보주식의 반대매매 제도 손질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급락장에 급증하는 반대매도를 막기 위해 급하게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 면제 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지만 이 같은 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 증시를 저점이라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세가 연일 거세지면서 연초 이후 순매수 금액이 20조원을 넘어섰고 투자자예탁금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증권업계 따르면 증권사들이 일제히 반대매도 기준 담보비율을 낮추기 시작했다. KB증권은 지난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 대상 계좌 기준을 납입 완료일 종가 반영 담보비율 140% 미만 계좌에서 130% 미만 계좌로 낮춘다고 안내했다. 아울러 반대매매 수량 산정 기준가격을 기존 30% 할인가에서 15% 할인가로 임시 변경했다. 이베스트증권은 16일 장중 반대매매 발동 하한 담보비율을 130%에서 120%로 낮췄고 미래에셋대우는 고위험 종목에 적용했던 160%대 담보유지비율을 140%로 내렸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 반대매매를 1∼2일 유예했고 한국투자증권도 반대매도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고 약정한 기간에 변제하지 못할 경우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증권사가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매매는 일평균 120억~130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3일에는 219억원을 기록하며 2015년 3월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많은 반대매매가 나오기도 했다. 하락장에 증권사 반대매매까지 쏟아지며 주가 하락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금융당국은 13일 증시 안정화 대책에 증권사가 이전까지 유지해온 담보 유지 비율(140%)을 준수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통일된 기준 없이 증권사마다 중구난방 식으로 완화안을 내놓고 있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사의 고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 등에서 반대매매 담보비율과 관련해 일정한 표준을 제시하는 식으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증권사 자율에 맡기면 증권사의 리스크가 커지고 배임이 문제 될 수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시 하락폭 확대 및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한 당국의 조치에도 하락장이 거듭되고 있지만 현 증시를 저점이라고 판단한 개인투자자의 매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지수 1,600선이 무너졌지만 9,108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역시 500선이 붕괴된 코스닥에서도 1,2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이날로 올 초 이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누적액은 2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놓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을 뜻하는 투자자예탁금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7일 투자자예탁금은 총 37조7,400억원으로 12일 이후 최고치를 4거래일 연속으로 갈아치웠다.
다른 증시 주변 자금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고객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잔액은 17일 기준 총 75조42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던 2015년 6월(76조386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2월19일 14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후 증가세가 주춤했던 머니마켓펀드(MMF)도 16일에는 전월 대비 29조원 증가한 146조원까지 늘었다. /양사록·심우일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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