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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일꾼 완장 뒤엔 비리 요지경...입주자대표의 두 얼굴

관리비 멋대로 빼 쌈짓돈 쓰듯

보수공사 입찰 짬짜미도 예사

이권 노리고 주민모임 잠입도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 입주자(동) 대표는 관리소장과 공모해 엘리베이터 등 보수공사 비용을 허위로 작성하고 2억여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공사업체 명의의 입금표 등을 위조한 뒤 입주자대표회의에 제출했고 동 대표는 위조서류를 ‘원본’인 양 처리해 주민들은 깜빡 속아 넘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빼돌린 금액을 전액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자 대표를 뽑기 위한 선거가 여러 후보의 출마로 과열됐다. 현 대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거 홍보물 등을 다수 제작했는데 수백만원의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임의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 아파트 주민은 “출마자가 부담해야 할 선거비용을 공용자금인 관리비에서 지출했다는 말을 듣고 주민들이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언급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잡음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견제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관리비 등 공용자금에 대한 감시기능이 여전히 약한 만큼 동 대표 등을 견제하는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현행 규정상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혹은 150가구 이상이 거주하며 승강기가 설치되거나 중앙난방 방식인 아파트에 구성하도록 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50가구 미만의 중소규모 공동주택도 주민 3분의2가 동의하면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의무관리주택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적용범위를 넓혔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아파트 관리비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공용시설물 사용료 부과기준 결정 등 주요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 ‘공동주택 관련 비리신고센터’를 출범시켰다. 과거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센터 출범 이후 약 4년간 7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유형별로 보면 △공사 불법계약 등 사업자 선정 지침 위반이 전체의 36.2%인 26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적정이 256건(34.9%)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 모두 이권 관련 내용이다.

최근에는 각종 이권을 선점할 목적으로 입주 전 단계에서부터 입주자 커뮤니티에 잠입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권을 사들여 입주예정자협의회에 들어간 뒤 가구·내장재 등 계약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것이다. 입주 이후에는 입주예정자협의회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입주자대표회의에 들어가 단지 내 헬스장 운영권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각종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전문가는 “현행 시스템은 사후 적발·처리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이를 사전에 감시하고 견제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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