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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결국 '루비콘 강' 건너나…日전범기업 자산매각 절차 돌입

/서울경제DB




법원, 일본제철에 압류명령 첫 공시송달
법원이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된 서류를 ‘공시송달’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일제 전범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지난 2018년 확정판결에 불복하며 배상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보유한 국내 자산을 강제매각해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실제로 강제매각 절차에 들어갈 경우 한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1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의 서류를 수령하라는 공시송달 명령을 내렸다. 공시송달은 통상적 방법으로 당사자에게 서류를 보낼 수 없을 때 법원이 이것들을 보관해둔 뒤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 교부한다고 게시하는 송달방법이다. 법원이 일제 전범기업의 자산매각과 관련한 공시송달 결정을 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3월 일본제철에 대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 등 7명에게 손해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씨 등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 등 전범기업들의 국내 자산을 압류했다. 피엔알은 제철 부산물 자원화 전문기업으로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함께 설립한 합작회사다. 압류한 주식의 현금화 신청을 낸 상태다. 현재 일본 기업 압류자산은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후지코시 보유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 대전지법(미쓰비시중공업 상표권 2건, 특허권 6건)에 나눠져 있다.

포항지원은 이 가운데 일본제철에 60일 이내 서면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심문서를 보냈지만 지난해 7월 일본에서 반송됐다. 대법원이 서류를 재송달했지만 일본 외무성에 서류가 도착한 뒤 답변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나머지 2건은 아직 서류가 송달 중으로 반송된 이력은 없다.

외교갈등에 출구없는 한일 통상마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한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일본이 추가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당국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한 후 강제징용 배상 절차가 시작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왔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만큼 배상 절차가 가시화하면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일본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상반기에 강제징용 피해 원고들의 일본 기업 자산 매각명령이라도 나오면 타협의 여지도 사라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국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이날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일본 기업 자산 강제집행에 따른)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지난해 10월에도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양국의 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지난해부터 누차 강조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8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내 B그룹으로 분류하면서 A그룹 국가로서 누리던 혜택을 박탈해뒀다. 기존 화이트리스트 국가가 포함된 A그룹은 전략물자에 대해 포괄허가(유효기간 3년, 제출서류 간소화, 빠른 심사)를 받는다. 반면 B그룹의 경우 원칙적으로 건별로 심사를 받는 개별허가(유효기간 6개월, 제출서류 9종으로 확대, 심사기간 최대 90일)를 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비전략물자라고 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무기개발 등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역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이 90일 정도 걸리는 수출신청 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우려가 있고 막판에 제출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출을 막을 수도 있다.

일본이 압박할 수 있는 품목으로는 전기차 배터리, 정밀화학 원료, 플라스틱 등이 꼽힌다. 특히 탄소섬유와 CNC 공작기계의 경우 일본 정부가 무기로 전용할 우려가 있는 품목으로 규정한 터라 제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랭크마스크 등 반도체 소재의 추가 수출제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외에 일본이 다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외 일본이 관세 인상, 송금 규제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의 카드 등도 고려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임원은 “블랭크마스크의 경우 메모리와 비메모리 전반에 걸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호야와 울코트 등의 일본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며 “당장 수출제한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최악의 경우 해당 소재의 수입에 차질이 발생하면 삼성의 파운드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세종=김우보기자·윤경환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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