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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정책
[동학개미 노리는 주식 리딩방]방장 추천종목 '묻지마 매수'···손실 따지면 강퇴

■회원 1,500명 리딩방 들어가보니

카톡 오픈채팅방 500여개 난립

자칭 전문가 근거없이 종목 추천

수익 내면 수백만원 유료방 초대

피해 늘자 금감원 암행점검 검토





“오늘은 ‘리더’님의 종목 추천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8시59분. 증시 개장 1분을 앞두고 단체 주식채팅방에서 알림이 왔다. 오전9시가 되자 ‘전문가’라는 리더가 종목 추천을 시작했다. 오늘의 추천 종목은 코스닥 기업 A사. 철도·선박 장비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그는 “1만5,800원대 매수,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수주 기대”라며 매수를 권했고 일부 회원들이 1만5,800~1만6,200원대에서 샀다는 인증사진을 보냈다. 그 사이 닉네임이 ‘영업팀장’인 또 다른 인물이 “안 사두면 후회할 종목”이라며 분위기를 돋운다. 첫날 A 종목은 리더가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1만6,850원에 장을 마쳤다. 장이 끝나자 회원들은 “정말 돈을 벌었다”며 환호했다. 리더는 “유료방에서는 추가 종목도 추천하고 수익률도 20%”라며 홍보자료를 보냈다. 자료에 적힌 가입비는 한 달에 44만원, 6개월에는 230만원이다. 자료에는 ‘9월까지 공매도 금지’ ‘지금 바짝 벌자’ 등 보는 이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드는 문구가 가득하다. 이후 몇몇 회원이 유료방에서 실제 20~40%의 수익을 냈다며 리더를 추앙했다.

최근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증시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을 통해 불법 투자자문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일명 ‘주식리딩(leading)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톡에서 ‘주식리딩’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오픈채팅방은 그룹채팅만 500여개에 이른다. 각 채팅방의 회원은 적게는 30명, 많게는 1,500여명에 이른다. 다수가 가입하는 오픈채팅방 외에 1대1 상담만 해주는 채팅방도 수백 개다. 이들의 수법은 대개 특정 종목을 특정 가격대에 매수하게 하고 주가가 오르면 회원들의 환심을 사 유료방으로 유도한다. 투자 이유는 설득력이 약하지만 종목을 추천한 당일에는 대개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

기자가 8~10일 참여한 회원 1,452명의 한 리딩방도 이와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리더가 종목을 추천하면 ‘영업팀장’ ‘고객팀장’ 등의 닉네임을 가진 이들이 다른 회원들의 투자를 독려하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리더가 A 종목 주가 상승으로 고무된 회원들에게 “오늘 유료방에서 ‘전기차 관련 종목’을 추천할 것”이라고 공지하면 다른 팀장들이 “유료방에만 나가는 스페셜 종목이니 미리 들어와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유료방 회원들의 20~50%에 가까운 수익률 인증사진을 공개하면 회원들이 가입문의를 시작한다. ‘오늘 혹은 내일’ 매수할 예정이라니 해당 종목이 궁금하면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 오후께 리더가 다시 선착순으로 회원을 받는다는 공지를 하자 유료방 가입문의를 하는 이들이 더욱 늘었다.

리더는 누구일까. 리딩방에서 리더에 대한 의심은 금물이다. 누군가가 “주가가 떨어지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다가는 다른 회원들의 질타를 받고 쫓겨나기 일쑤다. 리딩방은 리더를 추앙하며 정교하게 움직인다.



이런 리더 중 상당수는 특별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유사투자자문업자’다. 금융감독원은 자격요건을 갖추지 않은 이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투자 조언을 하는 업종을 유사투자자문업으로 정의하고 엄격한 요건을 통과한 후 당국에 등록된 ‘투자자문업체’와 구분한다. 현재 약 1,800곳에 이르는 국내 유사투자자문업체는 절차에 따라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되지만 말 그대로 ‘투자자문업’과 유사한 활동을 하는 업체일 뿐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제도권 내 업체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리딩방이 카카오톡·텔레그램 등에서 익명으로 운영되면서 각종 불법 투자자문의 온상이 되고 있는 점이다. 더구나 최근 개인투자의 증시자금 투입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싶은 개인들이 쉽사리 리딩방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국내 유사투자자문업 불법행위 조사에 따르면 회원들에게 추천 예정인 종목을 미리 매수한 후 회원들의 매수로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해 수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거나 비상장 주식 매수를 위한 자금을 직접 대출해주는 등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사칭하거나 자금이 없는 투자자들에게 대부업체를 소개해 대출을 받게 한 곳도 있다.

금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불건전 행위에 따른 금융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영업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모든 업체를 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 카카오톡 등 일부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채팅방에 잠입하는 ‘암행점검’ 등을 계획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근거 없는 투자자문에 스스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이승배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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