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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구광모의 배터리 회동…新산업에서 빛나는 '오너 경영'

새로운 산업은 대규모 투자·정교한 방향설정 필요

정의선 수석부회장, 잇단 총수 간 회동으로 직접 조정

'포스트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산업 부흥에 '고무적'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데, 확고한 오너 경영 체제가 아니었다면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뒤처졌을지도 모릅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오너의 미래 투자 결정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기사에 쓰지 말아주세요.”

현대자동차그룹의 한 고위 임원이 “요즘 같은 시기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몇 달 전 한 이야기다. 기사화되는 게 부담스럽지만 기자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역설적인 이 말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며 떠오른 얘기이기도 하다.

정 수석부회장이 22일 LG화학(051910) 오창공장에서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배터리 사업을 논의한 데 이어 구 회장까지 직접 만나며 ‘한국형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조만간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나 ‘배터리 회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포스트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날로 격화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005380)그룹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삼성·LG·SK그룹의 오너들이 직접 협력하는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화학은 지난 22일 정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이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장수명(long-life)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형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오창공장은 국내 1위이자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의 2차 전지 생산라인이 있는 ‘미래 산업 전진기지’다. ‘포스트 반도체’라고 불리는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그룹 간 총수 회동답게 이날 오창공장에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000270)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양사 수뇌부가 대거 모습을 나타냈다.

정의선(왼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미래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방향성과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관련기사 11면 /사진제공=현대차그룹· LG화학


두 그룹 총수 회동 의미의 방점은 ‘미래’와 ‘방향성 공유’에 찍혀 있다. 현재도 현대차그룹은 2022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을 낙점하는 등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충전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 즉 전기차의 내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미래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의 열쇠로 꼽힌다. 전기차 판매량 1위인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협력해 200만㎞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새로 열리고 있는 시장인 만큼 기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주행거리나 충전시간·가격경쟁력 등에서 어느 한 기업이 우위를 점하고 격차를 벌리면 후발 업체들로서는 따라잡기 힘들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LG화학,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따로 연구개발(R&D)을 하는 것보다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하면서 함께 역량을 집중하면 한국 업체들이 세계를 호령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이 한국 경제에 기여할 주요 산업으로 떠오르는 시기여서 각 대기업의 책임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며 “총수들이 직접 만나 논의하는 것 만큼 협력에 효과적인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오너 경영의 책임성이 전기차·배터리 같은 신(新) 산업에서 그만큼 중요하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과 LG화학도 이날 총수들이 “미래 배터리 개발 방향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전기차 분야에서 같은 방향으로 함께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도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양사 간 협력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EV 콘셉트카 프로페시(Prophecy)./사진제공=현대차


장수명 배터리는 현재의 배터리보다 5배 이상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제품보다 무게당 에너지 밀도가 2배 이상 높아 주행거리가 길고 가격경쟁력도 더 뛰어난 배터리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변경해 안전성을 향상시킨다.

정 수석부회장은 머지않은 시기에 최태원 회장도 만나 배터리 사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과 이날 구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최 회장과의 회동까지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을 축으로 한 4대 그룹 간 ‘배터리 동맹’이 현실화하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LG화학뿐 아니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도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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