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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하면 좋겠다며 교동도 갔었다네요" 제보에도…경찰, 30시간 동안 '무대응'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김모(24)씨는 지난달 지인 여성을 자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사진은 월북 전 김씨가 한국에서 지낼 때 모습. /연합뉴스




20대 북한 이탈 주민(탈북민) 김모(24)씨가 최근 월북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찰이 김씨의 월북 관련 제보를 받고도 30시간 넘게 참고인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김씨의 거취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정부 당국 간의 공조도 사실상 거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월북 제보를 받은 뒤 군 당국이나 국정원에 제보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김포경찰서 담당 경찰관은 지난 19일 오전 1시1분경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그의 월북 가능성을 암시하는 제보를 받았다. 지인 A씨는 “(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하네요.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강화군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고 경찰에 연락했다.

하지만 담당 경찰관은 제보 8시간 만인 19일 오전 9시경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 이미 김씨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는 상태였다. 이후 제보를 받은 지 34시간 뒤인 20일 오전 11시경 지인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의 이같은 허술한 사건 처리에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사가 늦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월북 제보를 18일과 19일에 각각 받은 뒤 출입국 조회를 해 보니 출국한 사실이 전혀 없어서 20일 출국 금지 조치를 했으나 미흡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제보자를 불러 참고인 조사했고, 이후 급하게 주거지 확인과 휴대전화 추적, CCTV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최근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 씨가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김씨의 가방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강화읍 월곳리의 한 배수로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김씨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사라지기 한 달 전까지도 탈북민 관리 차원의 전화를 하지 않았고, 월북 제보를 받은 뒤에도 정부 당국 등에 공조를 요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와 군 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은 탈북민을 북한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정도를 주된 기준으로 삼아 가~다의 3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김씨는 다 등급에 속해 입국 후 5년 동안 김포경찰서의 담당 경찰관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화나 대면 만남을 통해 안부 등을 확인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지기 직전 한 달 동안 담당 경찰관은 안부 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당시 김씨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던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면 월북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에 경찰은 “성범죄 발생 당시에는 월북 제보가 전혀 없었고 주거지도 분명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탈북민의 거취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통일부나 국정원 등 관계 기관에 따로 통보해야 하는 시스템이나 매뉴얼도 없는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군 당국 통보 시스템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시스템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6일 경기 김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탈북민 김씨는 지난달 강간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불구속 입건됐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 김포시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여성 A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남자친구와 다투고 전화 통화로 하소연 하던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뒤 함께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강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20대 탈북민 김 모 씨가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27일 그가 거주한 김포 모 임대아파트 현관문에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당시 사건 현장에서 112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체포 등 강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한 뒤 “사건 발생 당일 몇 시간 뒤 피해자 측이 신고해 불구속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달 중순 김씨가 피해자를 협박했고, 월북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의 탈북 사실은 북한의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2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연 사실을 전하면서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북한의 보도 이후 8시간여 만에 군 당국은 ‘월북자 발생’을 공식화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브리핑에서 밝힌 김씨의 행적에 따르면 그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께 접경지역인 인천 강화군 강화읍의 한 마을까지 택시로 이동한 뒤 하차한 사실이 확인됐다.

인근 배수로 주변에서 발견된 그의 가방에는 물안경과 옷가지, 통장에서 인출한 500만원 중 480만원가량을 달러로 환전한 영수증 등이 담겨있었다. 군 당국은 김씨가 철책 밑의 이 배수로를 통해 탈출 후 수영을 해서 북측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탈북 당시에도 7시간가량을 헤엄쳐 탈북에 성공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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