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강훈식 의원이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성문을 올렸다. 강 의원은 “우리 당의 주장이 곧 유권자 뜻이라고 예단하고 싸운 날이 많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 의원은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전임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대구·경북 지역 봉쇄’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물러나면서 긴급 투입됐다.
민주당의 입으로 활동한 강 의원은 “고백하건대 상대 당과 대척점에 있는 당의 입장에 서서 언론을 설득하려 애쓸 때 ‘이것이 과연 다수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일까’ 번뇌했던 시간이 적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잘못을 잘못이라고 쉬이 인정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며 “다른 계기로 당의 지지율이 회복되면 ‘다행이다’라고 되뇌며 마음을 쓸어내리곤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강 의원은 “말빚을 질 것이라면 때론 좀 더 진정성 있는 언어와 태도로 국민들의 의심과 걱정을 덜어드렸어야 했다”면서 “소란의 뒤편으로 숨는 날이 많지는 않았는지, 여당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가 당의 목소리가 되도록 애쓰는 도관(導管)이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잘해냈는지 자신이 없다”고 후회했다. 도관은 물이나 수증기 등이 통하도록 하는 관을 뜻한다.
특히 “당의 입장이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가치와 이익을 대변하는 길인지 확신하지 못해 우물쭈물했던 날도 적지 않았다”며 “우리 주장이 곧 유권자 전체의 뜻이라고 예단하고 싸운 날도 많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거친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말빚’ 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6개월이었다. (기자와 대변인은) ‘말빚을 지는 일’이라는 같은 숙명을 가졌지만, 입장이 같을 수는 없는 언론인 여러분과 긴장감 속에서 때로는 서로를 욕했고, 때로는 서로를 안쓰러워했다”고 언론과의 추억에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강 의원은 “친절하지 못하고, 부족함 많았던 수석대변인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통에 나서는 176명 중 1인으로 거듭나겠다”며 “아쉬움과 반성은 남은 의정활동에서 좀 더 숙성된 언어와 정책으로 담아가겠다”고 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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