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외선전용 유튜브 계정으로 알려진 곳에 최근 난수(亂數) 방송(숫자·문자·단어로 조합한 암호를 특정 상대에게 송신하는 방송)을 송출한 가운데 통일부가 해당 계정의 진위를 현재로서는 파악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유튜브로 난수방송을 얼마 전에 송출했는데 가짜라는 이야기도 있고 남파공작원 지령용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통일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난수방송과 관련해서는 통일부가 확인해 드릴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해당 계정이) 평양방송의 유튜브 계정이 맞는지 아니면 해킹이 된 건지,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가짜 계정인지 파악된 게 있느냐”는 질의에는 “원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유튜브 등 북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매체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지금 현재로는 파악하기 힘들다”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파악해 나가는 노력은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영상들을 공개하고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 국민이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북한 매체를 인터넷을 통해 보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금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전파행위는 막고 있는데 이 문제에 관해서는 관련 기관과 시점에 맞는 방안들이 마련될 때까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29일 대외용 라디오 매체인 평양방송의 유튜브 계정에는 ‘0100011001-001’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아나운서는 “지금부터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며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694페이지 20번…” 등 숫자조합을 낭독했다. 이어 “지금까지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기초복습 과제를 알려드렸습니다. 여기는 평양입니다”라며 1분5초가량의 방송을 마무리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 평양방송 계정에 게시돼 조회 수 1만 회를 훌쩍 넘겼으나 같은 날 오후 7시 전 삭제됐다.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 난수방송을 송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통상 평양방송을 통한 라디오 방송으로 난수방송을 해왔는데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7일과 13일에 난수방송을 송출했다. 이번 난수방송은 라디오에서는 방송되지 않았다.
북한은 과거 평양방송을 통해 자정께 김일성, 김정일 찬양가를 내보낸 뒤 난수를 읽어 남파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곤 했다. 15분 정도 낭독한 뒤 한 번 더 읽어주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송은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됐으나 16년 만인 2016년 6월 재개됐다.
특히 이번 난수방송은 지난해 7월 보수 성향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산하고 이상한 소리가? 전대협 난수방송’이란 제목의 영상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그 출처에 대해 더 궁금증을 자아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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