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표(票)퓰리즘’을 앞세워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조세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소득세 최고 세율을 45%로 높이고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10명 중 4명꼴인 근로소득세 면제자와 각종 공제 제도를 내버려두며 조세의 공평성과 효율성은 약화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표적 증세’를 반복하며 조세원칙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자 조세 저항이 커지고 있다.
2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를 통해 받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근로소득세 면제율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기준 38.9%(721만 명)로 미국(이하 2017년 기준, 29.3%), 일본(15.1%), 캐나다(17.6%) 등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면세자 비율이 매년 자연적으로 2~3%포인트씩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하나 전문가들은 방만한 공제 제도로 중간 소득층의 실효세율까지 떨어지는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표심’이 두렵더라도 직불·신용카드 소득공제, 전자신고세액공제 등 수십 가지의 공제 제도와 소득 보전 성격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해 과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조세 부담 능력을 명분 삼아 상대적으로 손쉬운 고소득층의 증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 세율은 일본·프랑스·영국 등과 함께 ‘3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국가)’ 중 가장 높아진다.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은 1억 5,000만 원, 3억 원, 5억 원, 10억 원 초과로 쪼개져 7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OECD에서 우리보다 과표 구간이 많은 국가는 룩셈부르크(19개), 멕시코(11개), 스위스(11개)뿐이다. 앞서 21대 국회 출범 직후 거대 여당은 종부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로 높였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조세원칙을 무시하고 반시장적 제도를 만들거나 이분법적 시각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면 부작용과 비용은 선의의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며 “모든 국민이 일정 수준의 세금을 납부해야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 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낙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박효정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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