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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의료체계 마비, 강건너 불 아니다

박현욱 여론독자부 차장





만약 한 도시에서 갑자기 중증 감염 환자 수십 명이 동시에 발생한다면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대형병원이 많이 있다면 환자 수용에 큰 어려움은 없지 않을까. 이 의문들을 일선 의료진에게 묻는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필시 ‘아니오’다. 일반 환자보다 간호사 인력이 5~6배 이상 필요하고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되는 중환자 병상을 뚝딱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의문이 실제 상황이 된 사례가 지난 2월 대구의 대유행이다. 당시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700명을 넘었던 대구에는 상급 종합병원이 5개나 있었지만 사태 초기 중환자들이 즉각 수용되지 않았고 일부는 병원에도 가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병원 의료 시스템에는 시스템이 마비되지 않고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용 한계치가 존재한다. 수용 능력을 넘는 중환자가 밀려들면 병원은 손 쓸 방법이 없다. 유수의 의과대학과 병원이 있는 미국·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는 유럽 의학의 요람인 밀라노대 의과대가 있었지만 이 지역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사망자 속출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K방역’이 흔들리고 있다. 확진자 세 자릿수가 일상이 됐지만 감염 확산이 의료 현장의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벌써 곳곳에서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3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 의료 시스템 마비가 현실화될까.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확산 시나리오 중 전 국민의 0.2% 감염 상황을 가정한 의료계에서는 약 10만 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중환자 병상 1,700여 개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현재 전국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다 끌어모아도 500여 개에 불과하고 당장 받을 수 있는 가용 병상은 수십 개 정도에 그친다.

과거 신종플루·메르스 등 감염병 재난을 겪고도 왜 제대로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는지 우리 사회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재난 시 환자의 상당수를 수용할 수 있는 공공 병원의 역할을 애써 외면하고 해당 지역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권역별 감염병 전문 병원 설치·지원에 소홀했던 이유도 되짚어볼 일이다. 여전히 전국의 공공 의료원들은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심지어 축소·폐쇄되는 게 현실이다.

버텨내야 할 겨울이 길다. 백신이 최종 해결책이 되겠으나 백신 부작용 걱정에다 조기 접종하는 해외에서도 집단면역 효과가 내년 후반에야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방역 강도를 적시에 높이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중환자 병상 배치와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공-민간 병원 협력 체계를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한다.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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