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재(23·CJ대한통운)가 생애 처음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왕중왕전’에서 톱 5에 입상하며 자신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임성재는 11일(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 플랜테이션 코스(파73)에서 열린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TOC·총상금 67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21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5위라는 빛나는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이번 센트리 TOC에는 지난 2020년 PGA 투어 대회 우승자와 2019~2020시즌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출전자 등 모두 42명만 출전했다. 참가 자체가 쉽지 않아 출전자 전원이 우승 후보나 다름없는 대회다. 지난해 3월 혼다 클래식 우승자 자격으로 나온 임성재는 첫 경험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꾸준한 경기를 펼쳐 새해 맹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길지 않은 경력에도 PGA 2부와 정규 투어 신인상 수상, 지난해 11월 ‘명인열전’ 마스터스 준우승에 이어 왕중왕전 톱 5라는 이정표를 하나 더 세운 셈이다. 2020~2021시즌으로는 마스터스에 이어 두 번째 10위 이내 진입이다.
임성재는 이번 대회 내내 안정된 샷 감각을 과시했다. PGA 투어의 ‘SG(스트로크 게인드): TEE TO GREEN’이라는 통계 항목에서 나흘 합계 9.512타를 기록해 42명 중 당당 1위에 올랐다. 티잉 구역에서 그린에 다다르는 동안 얻은 타수라는 의미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한 해당 선수의 티샷과 아이언 샷 능력을 나타낸다. 임성재는 최정상급 출전자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뛰어난 롱 게임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퍼트는 아쉬웠다. 퍼팅으로 얻은 타수라는 의미의 ‘SG: 퍼팅’ 부문에서는 35위였다. 4라운드 합계 -3.251타를 기록했을 만큼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그린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처음 경험한 그린에서 임성재는 이번 대회 내내 “샷 감각이 좋아 퍼트만 잘 따라준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임성재는 전반에 버디와 보기 2개씩 맞바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때 10위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13번 홀(파4) 1.5m 버디로 반등을 시작한 뒤 마지막 16~18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는 뒷심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새해 첫 대회 우승컵은 해리스 잉글리시(32·미국)에게 돌아갔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잉글리시는 4타를 줄였지만 이날만 무려 9타를 줄인 호아킨 니만(칠레)에게 25언더파 동 타를 허용했다. 18번 홀(파5)에서 벌어진 1차 연장전에서 니만은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파에 그쳤고 잉글리시는 2m가량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우승 상금 134만 달러(약 14억 7,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 2승을 거둔 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잉글리시는 7년여 만에 통산 3승째를 달성했다.
임성재와 동반한 디펜딩챔피언 저스틴 토머스가 7타를 줄여 24언더파로 1타 차 3위에 올랐고 라이언 파머는 23언더파 4위,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는 임성재와 나란히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세계 1위인 마스터스 챔피언 더스틴 존슨(미국)은 18언더파 공동 11위로 마감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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