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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매일 무너진다" 간호사 편지에... 정세균 "매우 아프게 읽었다"[전문]

"코로나 위기마다 간호사가 중심에 계셨다"

"정부의 노력이 현장에 와닿지 않아 미안"

"인력 증원 전부 불허" 주장에는 적극 반박

"12월 5명 증원 결정"...'K방역' 언급은 안해

정세균 국무총리. /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총리님, K방역은 매일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며 한 언론을 통해 공개한 서울시보라매병원 간호사의 편지 내용에 “인력을 확충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응답했다.

정 총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보라매병원 간호사 선생님께서 간호사들이 겪고 계신 어려움에 대한 편지를 언론을 통해 전해주셨다”며 “편지에 담긴 눈물과 질책을 매우 아프게 읽었다”고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은 지난해 3~5월 서울시보라매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일하다 다른 병동으로 옮긴 안세영 간호사가 정 총리에게 보낸 공개 편지를 13일 지면에 공개했다. 안 간호사는 편지에서 “(정 총리가) 편지에서 말씀하신 ‘K방역의 성공신화’는 매일매일 간호현장에서 무너진다. 저희는 매일 실패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이 겪은 의료공백과 간호사들의 소진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실과 병동을 축소하면서 병원에 오지 못한 일반 환자들은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실패냐”고 되물었다. 의료진의 희생으로 버티고 있는 K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정 총리는 이에 “간호사님들의 피땀 어린 눈물의 노고를 덜어드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들이 아직 현장에서 만족할 만큼 와 닿지 않은 것 같아 가슴 아프고 매우 미안한 마음”이라며 “간호사님들의 처우개선 요구는 정당하며 국민 생명을 위한 헌신에 대한 지원은 마땅히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부족함이 있겠지만 이후에도 코로나19 간호인력 파견 요청에 적극 지원하고 인력 충원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간호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간호 인력을 확충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 측은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겨우 6명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단 1명도 증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안 간호사 주장에는 “보라매병원에서 요청한 간호인력 6명에 대해서는 지난 12월 서울시에서 5명을 증원하기로 결정되어 현재 두 분이 배치되었고 세 분은 배치를 위한 교육 중”이라고 반박했다. 총리실은 이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알려드린다”며 아예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중증환자 간호인력 5명 증원을 승인했고 호흡기전담클리닉 간호인력 1명은 외래 인력으로 활용 가능해 미승인했다”고 해명했다.

정 총리는 “돌이켜 보면 코로나 위기의 순간마다 그 중심에 간호사분들이 계셨다”며 “다시 한 번 간호사분들의 헌신과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글을 맺었다. 안 간호사는 “K방역이 매일 무너진다”고 강조했지만 정 총리는 이번 글에서는 이례적으로 ‘K방역’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다음은 안세영 간호사의 편지 전문.

정세균 국무총리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간호사입니다.

보내주신 격려편지 잘 받았습니다. “여러분의 수고가 건강한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하신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이제는 저희의 수고가 더 이상 계속되기가 힘든 상황입니다.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셨습니다. 지난 해 2월부터 현재까지 1년이 다되어 가는 초긴장, 비상 상황을 겪으면서 끊어지려는 끈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습니다.

“마지막 승부처라는 각오로 확산세 반전을 위해 총력”을 다하시면서 왜 서울시 보라매병원의 간호사 증원 요구는 모른 척 하십니까? 편지에서 말씀하신 “K방역의 성공신화”는 매일매일 간호현장에서 무너집니다. 저희는 매일 실패하고 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9명의 중증환자를 보조인력 없이 혼자 돌보면서 “더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만 할 뿐, 하지 못한 간호가 좌절과 죄책감이 되어 온몸의 땀과 함께 뚝뚝 떨어집니다.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언젠가 우리는 위기를 극복해 냈다고 이야기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환자들이 겪은 의료공백과 간호사들의 소진, 그리고 인력 부족으로 중환자실과 병동을 축소하면서 병원에 오지 못한 일반 환자들은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실패입니까?

오늘도 마음을 굳게 먹고 출근길에 나섭니다. 저희가 사력을 다하는 것처럼, 제발 총리님도 할 수 있는 모든 것, 배정 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배정해 주십시오. 보라매병원 측은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겨우 6명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단 1명도 증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보라매병원에는 임용을 기다리는 간호사가 270명이나 있습니다.

역사에 “명예로운 이름”으로 기억되고자하는 기대는 없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인력이라도 충원되어 환자가 생을 포기하지 않기를, 의료진이 환자를 포기하지 않기를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인력 요청과 SOS가 번번이 거부당하면서 희망도 기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이라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놓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전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편지를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건강 잘 챙기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보라매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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