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004020)이 사업별로 조직 체제를 운영하는 ‘사업부제’를 도입한다. 조직을 간소화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기존 조직을 보다 수평적이고 혁신적인 분위기로 탈바꿈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기존 본부와 일부 사업부가 혼재한 방식의 운영체제에서 벗어나 제품별로 자체 경영 기반을 구축하는 조직 개편을 오는 3월 실시한다. 열연을 예로 들면 열연사업부 산하에 마케팅·생산·영업 등 부서를 별도로 두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조직 개편이 지난해 사업부제를 도입한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구조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6월 ‘사업부(BU)/부문’ 체제의 조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기존 회사 조직은 제조·판매·재무·구매·영업·마케팅 등 직능을 기준으로 구분한 직능부제 형태였다. 전체적인 결정이나 조정 권한이 중앙에 모이는 중앙집권적 조직 형태다. 사업부 단위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업부제는 분권적 조직 형태로 각 사업부 대표는 사업부 성과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지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제는 기업 규모가 거대해지면서 신속한 의사 결정이 힘들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대응책”이라며 “현대제철이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 의뢰해 이 같은 조직 개편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조직 개편에 나선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성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이 경쟁력으로 꼽아왔던 다양한 제품군과 외형적 규모는 현재의 경영 환경에서 더 이상 강점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이에 신속하고 민첩한 애자일(agile) 조직으로의 체질 개선이 제품별 전문성,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불확실성 시대에 신속한 의사 결정 체제가 조직의 흥망을 가른다”며 사업별 책임 경영 체제 도입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의 조직 개편 방향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추구하는 정 회장의 생각과 궤를 같이한다.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소규모 팀을 서로 통합해 의사 결정 체계를 단순화하고 업무 협업 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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