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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반도체 공급난 6개월 이상 갈듯…'JIT' 버린 현대차·기아는 '선방 중'

마진 적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유인 적어

증설 나서도 생산까진 6개월~1년 걸려

현대차·기아는 코로나19 교훈으로 재고 확보

당장 생산 차질 없지만 장기화 시 영향 불가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주요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은 최소 6개월 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가격 인상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2위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4위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은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10~20%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위인 일본의 르네사스도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요청한 상태다. 1위인 독일 인피니언 역시 조만간 인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주문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며 제품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가 품귀 현상을 보이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포드, 독일의 폭스바겐, 일본의 도요타 등 다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은 최소 3~4개월 전부터 발주를 넣어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해 봄 한 차례 '소비 절벽'을 경험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중국 등에서 신차 주문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자동차 업체들은 뒤늦게 반도체 발주에 나섰지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호황을 맞은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력을 이미 집중한 뒤였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강력한 중국 기업 제재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꼬이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생산 축이던 SMIC에 발주를 넣지 못하게 된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들은 새로운 거래선을 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MIC의 수요를 가장 많이 흡수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한 서버·모바일용 반도체에 생산 여력을 모두 투입하고 있는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확보가 시급한 완성차 업체들이 자국 정부까지 동원해 생산을 요청해도 촘촘히 짜인 파운드리의 연간 생산 계획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차량용 반도체가 스마트폰·컴퓨터·서버 등 IT용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점도 생산이 뒷전으로 밀린 요인이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독일 인피니언이나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급증한 수요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생산 라인을 풀가동 중인 파운드리 업체들도 고수익 제품 위주로 주문을 받으면서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포드와 일본 도요타·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거나 감산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는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전체 시장 감소 폭보다 훨씬 적은 생산량 감소를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발주를 끊다시피 했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수급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의 교훈으로 재고를 넉넉히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주효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재고를 최대한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는 '저스트 인 타임(JIT)' 방식에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택했다.

하지만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데다 자동차가 점점 'IT기기'로 변화하는 흐름에서 반도체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면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을 올리고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연쇄적인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를 서로 구매하려고 경쟁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을 1%대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기준 현대차는 3조 6,055억 원, 기아는 2조 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라 해도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대한의 반도체 안전 재고 확보를 추진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아직 자동차 생산에 영향이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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