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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뢰없인 수사권 독립도 없다

한동훈 사회부 기자





“경찰이 내사 종결한 사건들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새해 벽두부터 경찰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그간 ‘버닝썬 사건’ 등 경찰에게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심각하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야 정인이 사건에서부터 택시 기사 폭행 의혹을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까지 경찰은 처음에 모두 ‘문제가 없다’고 덮었지만 검찰과 법원에서 새로운 실체가 계속 드러나면서 경찰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찰이 제대로 된 수사 역량을 갖추기는 한 것이냐”는 시민들의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당장 눈앞의 불을 끄려는 데만 급급해 보인다는 점이다. 이 차관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이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묵살한 것과 관련해 경찰 고위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수사관이 보고하지 않아 경찰 수뇌부도 몰랐다고 해명한 것이다.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해 ‘꼬리 자르기’ 의혹이 오히려 불거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로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경찰은 “잘못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형사 사법 체계가 바뀐 큰 배경을 이어나가는 데 걸림돌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과와 쇄신보다는 파장 확산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뻔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지금 경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조직 시스템 개선이다.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샅샅이 살핀 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고 알을 깨고 나오는 심정으로 보고·수사 시스템 등 조직 문화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정치적 외풍을 받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과거처럼 논란이 수그러들기만 기다린다면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이 잘해서 수사 종결권을 얻은 게 아니다. 검찰 개혁의 반대급부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 공룡 경찰이 계속 헛발질을 한다면 더 이상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내부의 자성을 경찰은 곱씹어보기를 바란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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