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29)씨가 최근 의사국가고시에 최종 합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씨의 의사자격 여부를 놓고 시민·의료계·정치권의 여론이 분열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부산대가 교육부의 입학취소 관련 규정 및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대 학칙에는 거짓 자료 제출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교육부 규정에는 입학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보 의원은 "교육부 법령대로라면 조씨는 벌써 입학이 취소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보 의원에 따르면 현행 고등교육법 제34조의6(입학허가의 취소)는 학생이 입학전형에 위조 또는 변조 등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그 입학의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의무조항으로 규정돼 있다.
지난 2019년 12월 조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부정입학에 따른 입학취소 관련 법률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다음해 6월 시행령을 신설하면서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법령에 맞게 학칙을 정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조씨는 지난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허위로 작성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와 관련, 정 교수는 해당 표창장 위조을 위조하고 조씨의 자기소개서 내용을 부풀렸다는 혐의가 인정되면서 지난달 23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선고 형량은 징역 4년, 벌금 5억원이었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조씨의 의사국시 필기시험 응시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행정청의 행정행위를 민사집행법상 가처분으로 금지 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소송을 낸 대한소청회에 대해선 조씨에 대한 응시 효력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조씨 부정입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부산대는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면 법령과 학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대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국 전 장관 자녀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과 관련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대로 원칙대로 투명하게 처리한다는 것이 우리 대학의 일관된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 총장도 2019년 10월 국정감사 답변에서 표창장 위조 여부에 대한 법원 판결이 확정된 후에 조씨의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학교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는 이어 “통상 소송 중인 사건의 사실관계와 법리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오거나 하급심 판결에 대해 당사자가 상소를 하지 않으면 확정되고, 교육청 등 행정기관의 판단에 대해 당사자가 다투지 않는 경우에도 확정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산대는 “조국 전 장관 딸의 입학 관련 사건의 경우도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의해 입학서류 진위가 확인되면 당연히 그 판결 결과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는 또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개인의 중차대한 법익에 관한 일을 처리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사실관계에 대해 당사자 간의 복잡한 다툼이 진행되는 경우 교육기관은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행정적 조치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한다”고도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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