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현대중공업이 ESG 채권을 발행해 투자 자금 조달에 나선다. 친환경 선박과 같은 미래 산업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다음 달 초 1,500억 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한다. 만기는 2·3년으로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3,000억 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회사는 최근 KB증권과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돌입했다.
녹색 채권은 탄소 감축,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조선 인프라 구축으로 탄소 배출 절감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일반 회사채가 아닌 ESG 채권 발행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친환경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향후 최대 5년에 걸쳐 수소·암모니아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 자율 운항 선박과 이중 연료 추진 선박 연구개발(R&D), 연료전지 회사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최대 1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연내 상장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19년 5월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울산조선소를 운영하는 사업회사 현대중공업(분할 신설 회사)으로 물적 분할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주요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대주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사다. 최근 조선 업황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제대로 된 몸값을 받을 기회라고 판단하고 연내 약 20%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몸값이 약 5조 원 수준으로 거론되는 점을 감안하면 약 1조 원의 현금이 상장을 통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많은 대기업들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도 친환경 산업에 관심을 쏟는 계기였다. 미래 먹거리에 투자를 늘리며 ESG 채권 발행이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 조달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 가는 모습이다. 올해 기업들이 발행한 ESG 채권은 1월 한 달간 1조 원을 넘어 이미 예년 규모(2020년 8,000억 원, 2019년 9,000억 원)를 뛰어넘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 채권은 조달 목적이 분명한 상품인 만큼 신사업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들의 발행이 잇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대부분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생산이 수직 계열화 방식인 만큼 계열사들의 ESG 자금 조달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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