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장기물과 단기물의 수익률 차이가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에 따라 경기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국채 장단기 수익률 격차가 최근 5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채권은 보통 장기물의 수익률이 단기물보다 높은데 그 차이가 확대됐다는 것은 가까운 장래의 경기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FT에 따르면 이날 미 국채 30년물과 5년물의 수익률 차이는 147.3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0월 이후 가장 크다. 10년물과 2년물의 수익률 격차도 201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레슬리 팰코니오 선임 채권전략가는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아졌고 상당히 큰 규모의 재정 부양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믿음으로 장단기물 수익률 차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미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상하원 모두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형 경기 부양책이 의회에서 받게 될 저항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중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1조 9,000억 달러 부양책이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공화당의 요구가 일부 반영돼 축소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제로(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재정 투입이 계획보다 적어지더라도 경기상승 효과는 충분히 나타날 것으로 투자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톰 포셀리 RBC캐피털마케츠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활동 상승세가 이미 상당히 강하다”면서 “부양책은 이미 강한 지표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재정 투입이 없더라도 올해 미 경제는 전년 대비 최소 5% 성장이 예상되며 여기에 부양책과 코로나19에 대한 효율적 억제가 더해진다면 대단히 강한 경기회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수는 백신 공급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부족 상황이 길어지는 등의 이유로 바이러스 통제에 실패할 경우 경기상승 기대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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