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탄핵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탄핵안 발의를 미루고 있다.
겉으로는 강도 높게 거취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의석 지형상 탄핵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고, 김 대법원장이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6년인 새 대법원장에 친문 인사를 임명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 대법원장 탄핵안 발의는 살아있는 카드”라며 “탄핵해야 할 사유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탄핵소추를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를 비판하던 논리로 되치기당할 위험이 있고, 탄핵안 부결이 불 보듯 뻔해 오히려 김 대법원장에게 면죄부만 주고 마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법사위원들은 탄핵 카드를 이른바 ‘탄핵 거래’ 진상규명 촉구의 지렛대로만 활용하자는 의견을 주 원내대표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의 사퇴는 탄핵과 또 다른 차원에서 민감한 문제다. 국민의힘은 집권 5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김 대법원장 사퇴 후 임기 6년의 새 대법원장을 임명할 경우 차기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심 우려하는 모양새다. 퇴임을 2년여 앞둔 김 대법원장을 미리 끌어내려 현 정부의 ‘알박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도 압박 수위를 조절하자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 탄핵 거래 진상조사단이 지난 5일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후 “물러나지 않겠다”고 한 김 대법원장 답변을 언론에 전한 것도 그런 배경이 깔렸을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대국민 여론전은 당분간 지속할 방침이다. 지난 주 김기현 의원에 이어 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민주당과 탄핵 거래한 김명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대법원 앞에 선다. 원내 관계자는 “설 연휴까지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사법독립 훼손 논란을 설 밥상 위에 올리는 것까지가 우리의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지수 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