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세계 주요 산업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도 반도체 자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이 가장 먼저 유럽연합(EU) 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반도체 부족에 따라 최근 일부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 대만에 대한 반도체 의존을 끝내겠다는 ‘반도체 자립론’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현지 시간) 독일 언론은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 장관이 최대 500억 유로(약 67조 2,700억 원) 규모를 목표로 한 EU 내 반도체 제조 기술 발전 프로젝트에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즉각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U의 이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말 미래 산업 기술 확보와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해 출범한 EU 공동 관심 분야 주요 프로젝트(IPCEI)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IPCEI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독일과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 등 7개국 정부와 BMW·오펠·바스프 등의 기업이 참여하는 32억 유로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 프로그램을 출범시킨 바 있다. 여기에 독일이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를 두 번째 프로젝트로 밀기 위해 가장 먼저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배터리와 반도체 모두 아시아에 대한 의존을 끊자는 것이 기본적인 의도다. 알트마이어 장관은 “독일과 EU에 특허·개발·생산 기능을 모두 갖춘 공급 체계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민관 합동 기구인 국립인공지능보안위원회(NSCAI)도 한국과 대만을 앞서는 수준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에 지어야 한다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산업 분야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유지해나갈 뜻을 여러 차례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는 자율주행자동차와 인공지능(AI) 등 산업 트렌드 변화와 더불어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제조에는 초미세 공정이 필요하고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생산 자국화에 나섬에 따라 향후 반도체가 국제경제와 정치에서 ‘무기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경고와 함께 중복 투자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