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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수련·명상…훈련하는 종교 지향해야"

◆'탄허불교기념관관장' 혜거 스님

코로나 후 종교역할 더 중요해져

명상 등 지속땐 지혜 터득하게 돼

나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믿음을

설날 맞아 '더 큰 願'을 가지시길

탄허기념불교박물관장인 혜거 대종사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려면, 기도를 합니까 훈련을 합니까?”

설날을 앞두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혼란의 시기를 보내는 이들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묻자, 혜거스님(77·사진)이 선문답처럼 되물었다.

“문명 시대의 종교는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위축이 가속됐습니다. 올림픽 국가대표는 기도보다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겠죠. 종교는 믿음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의 믿음으로 바꿔줘야 합니다. 수행하지 않는 믿음, 타자가 나를 도와주고 구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은 (논리적으로) 난감할 뿐이죠. 수행과 수련, 명상하고 훈련하는 종교가 되어야 합니다.”

14세기 흑사병(페스트)의 확산 이후 유럽 교회는 점진적으로 쇠퇴했고 인본주의와 계몽주의의 시대가 열렸다. 혜거스님은 역사를 거울 삼아 현재를 직시하라 했다.

그는 수행과 지도력의 상징인 조계종 대종사이자, 지난 1988년 서울 개포동에 개설한 금강선원을 통해 일반인에게 불교 원전 강의와 참선을 전하고 있다. 한국의 고승이자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데 큰 공을 세운 탄허스님(1913~1983)을 은사로 출가한 혜거스님은 2010년 강남구 자곡동에 탄허기념불교박물관을 개관해 관장을 맡고 있다. 지난 8일 박물관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19 이후의 종교는 명상과 수행을 통해 ‘훈련’하는 종교를 지향해 나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믿음’의 성격을 바꿔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혜거스님은 불교의 삼재팔난(三災八難)을 거론하며 “천재지변과 전쟁, 질병이 삼재인데 대부분이 질병에 대한 공포를 간과하고 있다가 이번 코로나19의 사태를 맞았다”면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심성까지도 바뀔 것이니 입지 좁아진 종교 역할은 역설적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불교의 기도는 일념(一念)하는 기도이고, 일념을 지속하면 무념(無念)이 된다”면서 “명상과 수련은 굳이 절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명상을 하면 자연히 집중하게 되고 이를 통해 사유를 반복하면 지혜가 생기니 명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그렇게 터득한 지혜를 개인이 사회를 위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혜거스님은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장으로서 명상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심 속 선(禪)수행의 금강선원 뿐만 아니라 몇 해 전부터는 유튜브채널을 통해 월·수·금 경전법회를 이끌었고, 코로나 이후에는 ‘마음에 새기는 글’을 뜻하는 각유신(覺有神) 코너, 온라인명상아카데미 등을 진행했다. 불교의 대중화와 경전의 현대화는 그의 평생 화두다.

탄허불교기념박물관장인 혜거스님이 탄허스님의 유묵을 배경으로 명상과 수행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조상인기자


지난해에는 동국대 산하 동국역경원장으로 임명됐다. “우리나라 종교는 경전 번역이 신화적·설화적이라 안타깝습니다. 1960년대 대만의 한문 성경은 ‘마음이 가난한 자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을 ‘허심자심기복’으로, 즉 마음을 비우는 게 진짜 복이라고 적었습니다. 풀이하는 말을 달리하면, 신화로 흐르지 않고 공부하고 수행하는 종교에 이를 수 있지요.”

명상과 수련은 예술과도 맞닿는다. 항상 비파를 지니고 다닌 음악광 공자를 예로 든 혜거는 “노래는 유행가라 그 풍류를 관찰하면 나라의 운이 보인다는 생각으로 공자는 노래도 사소하게 넘기지 않고 바로잡고자 했다”면서 “시경(詩經)의 실상은 19금 내용에 저속한 가사 일색이나 공자가 곡을 붙이니 고상하게 변화했던 것처럼 정신의 경지가 높으면 생활,문화,예술의 격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음악,그림,글씨 뿐만 아니라 김연아 선수의 고난도 스케이팅 기술까지도 마음을 비우는 명상 끝에 비로소 이룰 수 있는 경지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탄허불교기념박물관에서는 탄허 유물 상설전시와 불교관련 행사 외에도 현대예술,음악,공연,출판 등 다양한 분야를 선보일 계획이다.

나아가 명상을 매개로 해외 각국의 전통문화와 교류도 모색 중이다. 탄허스님이 경전의 우리말 번역을 이뤘다면 혜거스님은 이를 현대말로 바꾼 데 이어 말없이 통하는 묵언(默言)의 명상을 통해 언어적 한계를 초월한 소통·교류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설날을 맞아 ‘더 큰 원(願)을 가지라’는 말씀을 전합니다. 원을 내(自)쪽으로 향하면 욕심이지만 세상을 향해 열어주면 극락이 펼쳐집니다. 내 마음이 완벽해지면 나라도, 세상도 바뀝니다. 내 마음이 깊어지면 마음이 비워지고, 비워서 경쾌해진 마음은 흉악한 질병도 극복해낼 수 있습니다. 쉽사리 끓어오르지 않는 깊은 마음을 위해 함께 명상 훈련을 하시죠.” /글·사진=조상인기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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