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포스코를 겨냥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투자 책임 원칙)의 “제대로 된 실행”을 주장하며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의 표심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의 성공을 위한 포석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가 직접 스튜어드십코드를 내세워 이른바 ‘문제적 기업’을 규정해 노동계를 달래면서 국민연금 이외의 연기금까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반영해 기업의 이익공유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입 시기부터 ‘기업 길들이기’ 논란이 계속됐던 스튜어드십코드에 이 대표가 직접 불을 지피면서 ‘연금사회주의’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포스코건설, 포스코 포항제철, 광양제철 세 곳에서 5년 동안 4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최고경영자가 책임지고 산업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작심한 듯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감정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집권 여당이 특정 기업을 겨냥했다기보다 이들 기업의 ESG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된 상황을 설명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여당의 ‘기업 길들이기’에 선을 그었지만 이마저도 현재 국민연금 기금위에서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에 판단이 미뤄진 상황이다.
더구나 수탁자책임전문위는 이날 노 최고위원이 언급한 포스코와 CJ대한통운을 비롯한 7개 기업에 대해 적극적 주주 행동에 나설 만한 중점 관리 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결국 수탁자책임전문위가 중점 관리 기업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도 올해 상반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직접 포스코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기에는 물리적 시간 제약이 큰 상황이다.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도 사외이사 파견까지 3년간 ‘비공개 주주 대화-공개 주주 대화-비공개 서신-공개 서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정 자체가 지체되자 여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위에서 패스트트랙을 통해 포스코 사외이사를 파견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더 큰 반발이 예상된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기업 때리기’에 나선 것은 ‘선거에 도움이 된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탓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에도 “소상공인과 건물주 등을 위해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은행권에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특정 기업과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 업종을 겨냥해 이른바 ‘국민 편 가르기’에 나설 경우 노동계의 표심뿐만 아니라 서민 지지층의 결집을 동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기업들의 행태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집권 여당 대표가 스튜어드십코드를 전면에 내세워 기업을 압박하면서 ‘연금사회주의’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관이 기금위원장을 맡는 곳은 한국이 유일할 정도로 정부의 입김이 한국은 강한 편”이라면서 “정부가 기금 조성에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은 유일한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여당 대표까지 나서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안정성 우려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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