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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별처럼 각자의 궤도를 돌다 조우하는 순간 가장 빛나죠"

■이와이 슌지 감독 화상 간담

24일 '라스트 레터' 개봉 앞두고

국내 언론과 화상 간담회 진행

"편지는 제 인생에 특별한 존재"

"러브레터는 운이 좋았던 작품"

영화 라스트레터 ‘스틸컷’/스튜디오산타클로스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잊기가 어렵다.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너무 반짝여서 그런 건지, 헤어진 순간이 너무 아파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다. 사랑했던 모든 날의 기억이 마음 깊숙이 그리움으로 남아 틈만 나면 일상 위로 고개를 불쑥 내민다.

그럴 때 절절히 외치고 싶은 모두의 ‘한 마디’를 대신해서 외쳐줬던 영화 감독이 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산 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연인을 그리워 하는 여주인공 그리고 허공을 향한 안타까운 인사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계신가요)?’. 영화 ‘러브레터(1995년 작, 한국 개봉 1999년)’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다.

이와이 감독이 다시 한번 순수함과 아름다움, 슬픔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첫사랑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풀어냈다. 오는 24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라스트 레터’다. 이와이 감독은 지난 1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라스트 레터’ 언론 시사회 후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영화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먼저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시 한번 ‘편지’를 사람들 간의 연결 수단으로 삼은 데 대해 “학창 시절부터 해서 편지가 일반적인 시대를 살았다”며 “친구와도 많이 주고 받았고, 러브레터도 많이 보냈던 시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이 감독은 “그래서 언젠가 편지를 영화에 그려내고 싶었고, 20대 중반부터 편지에 대한 영화를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그런 구상 끝에 먼저 등장한 영화가 ‘러브레터’ 그리고 이번에 개봉하는 ‘라스트 레터’다. 러브레터에서는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그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 주소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지를 보낸다. ‘라스트 레터’ 역시 주인공의 편지가 첫사랑의 여동생, 딸 등에게 닿으면서 모든 이가 간직한 추억의 퍼즐이 맞춰진다.

이와이 감독은 “영화 ‘러브레터’에서는 주인공이 워드프로세서로 편지를 보내는데, 이번 영화에선 정말로 손으로 쓴 편지를 영화화 했다”며 “우연이긴 하나 제 인생에서 편지가 큰 의미 갖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이 감독은 이번 영화가 2017년 한국에서 배두나, 김주혁 등과 찍은 단편 ‘장옥의 편지’에서 출발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그 영화가 부풀어 올라 지금의 ‘라스트 레터’로 만들어졌다”며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두 시간 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작은 것을 부풀려 올려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이와이 감독에게 ‘편지’는 특별하다. 하지만 오늘날 편지는 어느새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기능을 많이 상실했다. 대신 SNS가 대세로 자리했다. 이에 대해 이와이 감독은 “제가 보기에 SNS는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며 “지하철이나 영화관에서처럼 일상에선 모르는 사람에겐 말을 걸지 않는데 SNS에서는 그리 하는 게 신기하고,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편지와 마찬가지로 SNS도 문명과 함께 생겨난 장치”라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러브레터’의 흥행이 부담이 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열 여덟 살 때부터 영화를 만든 그에게 ‘러브레터’는 첫 작품은 아니지만 세상에 ‘이와이 슌지’라는 이름을 제대로 알린 데뷔작과 다름 없다. 그는 “잘해보겠다고 긴장하고 기합 넣고 만든 건 아니고, 영화인으로서 가게 될 긴 여정의 첫걸음이란 생각으로 편하게 만든 작품이었다”며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은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와이 슌지 감독.


‘사랑했던 사람들이 헤어지지 않는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어떻게 그리게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도 현장에서 나왔다. 잠시 생각한 후 이와이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제가 만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별처럼 자신만의 인생, 자신만의 궤도를 돌거나 자신만의 길을 가는 거죠. 별들은 어떤 때는 서로 가까운 거리로, 어떤 때는 멀어지고, 어떤 때는 겹쳐지면서 빛을 내는 순간이 옵니다. 인간으로 말하자면 여행자와 여행자가 떠돌다가 만나는 것과 같아요. 제 영화 안에서 모든 사람이 서로 조우한 순간 가장 빛이 납니다. 어차피 사람은 헤어지게 돼 있고, 사라지는 순간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피엔딩이냐 아니냐를 말할 수 는 없지만 중요한 건,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동안 무엇을 느끼는가가 아닐까요”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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