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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열 삼성전자 가전사업부 전무 "디자이너 저력은 인문학서 나와…시대정신 담아내려 노력"

[이사람-최중열 전무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없어

현재 흐름 맞춰 과거 재해석할수 있어야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전무가 2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디자인은 기존에 있던 형태와 색상과 패턴 등을 새롭게 재조합해 시대정신을 불어넣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잘 없어요. 따라서 과거에 유행했던 디자인이 왜 인기가 있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를 숙고하면 소비자가 열광하는 디자인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봅니다.”

최중열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전무는 2일 이렇게 말하며 20여 년간 끊임없이 고민해온 디자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처음 디자인을 배우겠다고 다짐했을 시기만 해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인 제품들은 디자인이 뛰어난 경우가 드물었다. 대신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며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라는 마케팅 멘트가 훨씬 어울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디자인 ‘때문에’ 지갑을 여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욕구는 비단 현대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디자인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태동한 기원전 3,50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삶의 안녕을 기원하던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신전·무덤 등을 단장하며 디자인이라는 행위가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인류의 삶과 밀착된 디자인이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좋은 디자인’의 기준은 제각기 다르다고 최 전무는 지적했다. 특히 한국 같은 경우에는 급격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란 베이비부머, 그들의 자식 세대인 밀레니얼 등 주요 소비 계층이 어릴 적부터 쌓아온 디자인적 경험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가 더욱 도드라진다고 설명했다. “제 어린 시절에는 유리 세공 기술이 덜 발달해 표면이 울퉁불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젊은층이 선호하는 유리 패턴은 그 울퉁불퉁함을 새롭게 해석한 코듀로이나 아쿠아 패턴입니다. 디자인으로서 시대적 기억에 새로운 인지적 질서를 부여한 사례라 할 수 있지요.”



그렇기에 최 전무는 현재의 흐름에 맞춰 과거의 디자인을 재해석할 수 있는 힘이 디자이너에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저력은 인문학, 특히 역사에 대한 꾸준한 탐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디자인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살아온 과거를 돌아보며 ‘지금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앞서 나가는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는 힘이라는 설명이다.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에게도 새로운 제품을 디자인할 때는 경쟁사 제품이나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 대신 건축이나 조명·일러스트레이션 등 다른 산업군의 결과물을 보고 느끼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합니다. 디자인은 종합적 인문학이니까요.”

그는 인터뷰 도중에 1,000일 넘게 매일같이 기록한 글을 꺼내 보여줬다. 스마트폰 속에 담겨 있는 그의 글은 하루 일과를 정리한 일기부터 책을 읽고 요약한 줄거리까지 다양했다. ‘다시 수학이 필요한 시간’ ‘아비투스’ ‘타인의 고통’ 등 일견 디자인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책들의 제목도 눈에 띄었다. 일기 작성이나 독서 역시 사회를 향한 깊고 넓은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라고 설명하던 최 전무는 “내 안의 회복 탄력성을 잃지 않아야 회사 생활도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자율성과 균형·행복 이 세 가지 원칙을 놓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28년차 삼성맨”이라며 웃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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