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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선거 판을 뒤집다…정치인 뒤 '숨은 조력자'의 세계

'정치 컨설턴트' 91년 최대 전성기 이후

정계입문 지망자 줄며 업체수도 감소세

최근엔 기획·분석력에 예능감까지 요구

후보자 심층 인터뷰 통해 장·단점 파악

정책·슬로건·포스터 등 승리 전략 설계





정치 컨설턴트는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기술자다. 이들이 끊임없이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는 것은 과학에 기초한 ‘선거 전문가’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에 처음 발을 들인 유망주뿐 아니라 다선 국회의원까지 ‘정치’는 알아도 ‘선거’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여론조사에서부터 선거 전략, 이미지 메이킹, 선거법까지 ‘상대보다 1표 더 받는 일’에는 컨설턴트가 전문가인 셈이다.
뛰어난 정치 컨설턴트의 필수 조건으로는 전략 기획 능력과 여론조사 분석력이 꼽힌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컨설팅을 하려면 여론조사라는 데이터 기반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여론조사는 ‘민심’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낸다. 여론조사 분석이 곧 민심 읽기인 셈이다. 달리 말하면 여론조사를 잘못 분석하면 민심을 왜곡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당 내부의 이해관계를 파악해 정치인에게 조언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 역시 필수다.



최근에는 ‘평론가’적 소양도 정치 컨설턴트의 조건으로 추가되는 모양새다. 정치 컨설턴트의 역할이 ‘선거 기획자’에서 ‘정치 엔터테이너’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윈지코리아의 박시영 대표는 예능인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컨설턴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공중파 채널에서 찾는 정치권 패널 1순위인 동시에 18만 명이 구독하는 ‘박시영 TV’를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업계 경력 30년의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도 최근 방송 출연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이철희 전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역시 삼박자를 모두 갖춘 정치 컨설턴트로 평가된다.

이 같은 정치 컨설턴트들의 역할 변화는 최근 어려워진 컨설팅 시장 상황을 반영한다. 한마디로 ‘유명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 1991년 전국 단위 지방자치단체 선거는 정치 컨설팅 시장의 시작인 동시에 최대 호황기로 꼽힌다. 민주화 이후 첫 지자체 선거가 열리며 그간 억눌려온 국민들의 정치 참여 욕구가 분출했고 그 방법을 몰랐던 지망생들이 컨설팅 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업계 말로 “정치하고 싶은 사람 수십 명이 돈뭉치를 쥐고 찾아오던” 때였다.

그러나 해가 거듭되며 출마자 숫자가 줄어들자 업계도 예전만큼의 규모를 유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 정치 컨설팅 전담 업체 수만 해도 20개가 넘었지만 최근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컨설팅 업체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컨설팅 업계가 예전 같은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높은 인지도와 유명세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이 부상하는 셈이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컨설턴트들도 존재한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방송에 출연하려면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발언이 필요하게 마련이고, 이 경우 극단적인 발언을 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언론에 나서 자신의 주장을 말하다 보면 자기 확신과 자기 편향이 심해지고 정치 컨설턴트에게 필수 능력인 객관적인 상황 판단력을 잃게 된다는 게 안 대표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정치인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출마 후보자들이 컨설팅 업체를 찾는 것은 대개 선거를 반년에서 1년을 앞둔 시기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출마자와의 심층 인터뷰다. 왜 출마하려고 하는지, 무엇이 출마자의 장단점인지 알아야 선거 전략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경쟁자 분석을 통해 출마자의 강점과 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강하거나 보충하기 위한 정책, 슬로건, 포스터 등의 제작에 들어간다. 출마 선언문에는 핵심 슬로건과 정책이 모두 들어가 있는 만큼 출마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순간 대부분의 컨설팅은 완료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컨설팅을 맡은 권오봉 여수시장을 성공적인 컨설팅 사례로 들었다. 그는 “권 시장이 전라남도 최대 도시이자 민주당의 아성(牙城)인 여수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를 꺾었으니, 파란이었다”며 “구도에서 밀리니 인물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봤다.

안 대표는 권 시장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가 30년간 재정 당국에서 일한 관료인 동시에 공직 사회의 ‘혁신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중앙·지방정부 공무원들이 모두 활용하는 ‘디브레인(dBrain)’을 창시한 사람이 바로 권 시장이었던 것이다. 이에 관료와 각종 이해관계자의 저항을 뚫고 혁신을 일으킨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해 인물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선거가 없는 해는 어떨까. 업계에서는 4년 중 국회의원 총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열리는 해를 ‘성수기’, 선거가 없는 나머지 절반은 ‘비수기’로 친다. 비수기에는 영업이익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다만 각종 조합장·교육감·직능단체 선거 등도 열리는 만큼 간간이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또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정치인들의 입법이나 정책 활동을 계속 돕는 경우도 많다.

컨설팅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정치의 영역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시장 전망도 밝을 것으로 본다. 김 대표는 “국민들도 입법이라는 과정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해져간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정치의 영역은 더 넓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변국들을 둘러보면 중국에는 사실상 선거가 존재하지 않고 일본은 정치의 역동성이 낮은 만큼 우리 선거 문화는 활성화돼 있어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박 대표는 지난해 몽골에서 ‘선거 캠페인을 진행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은 민주적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를 세 번 이룬 만큼 선거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디지털 선거 전략이 발달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영역을 대체하더라도 정치는 기계에 맡길 수 없다”며 “공직 선거는 늘어나고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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