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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봄 꽃망울 터트렸나...빛으로 물든 100년 동굴

■경기 광명동굴

금 은 캐던 폐광 들어가면 화려한 지하세계

빛터널·황금궁전·와인동굴 등 볼거리 풍부

충현박물관선 청백리 이원익 삶 엿보고

기형도문학관서 요절 시인 자취도 음미


요즘 같은 간절기는 여행지를 정하기 힘든 계절이다. 화신은 겨우 남도에만 머물고 꽃 소식이 미치지 않은 곳은 사방이 마른 가지뿐이다. 궁리 끝에 향한 곳은 경기도 광명시. 계절이나 날씨에 관계없이 구경할 수 있는 동굴을 찾아서다.

지금은 관광지인 광명동굴은 지난 1912년에 개발돼 1931년까지 태평양전쟁에 사용할 무기를 만드는 재료인 금·은·동·아연·구리 등이 채굴됐고 해방 후에도 수도권 최대의 금속 광산이었다. 사진은 동굴 벽면에 조명을 비춰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디어파사드.




우리들은 보통 ‘동굴’이라면 자연이 만든 천연 동굴을 생각하지만 광명시에 자리한 ‘광명동굴’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수도권에서는 유일하게 광물을 캐내던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인 지난 1912년에 개발해 1931년까지 태평양전쟁에 사용할 무기 제조의 재료인 금·은·동·아연·구리 등을 채굴했고 해방 후에도 수도권 최대의 금속 광산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1972년 서울 대홍수 때 광산 밖에 쌓아 놓은 암석 더미가 아랫마을로 쏟아져 내리면서 피해 보상을 못 해준 광업소가 문을 닫고 말았다. 폐광 후 방치됐던 동굴 문이 다시 열린 것은 40여 년 뒤의 일이다. 광명시가 인수해 재단장하고 2011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흉물스럽던 폐광이 도시 재정을 돕는 관광자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임재형 문화관광해설사는 “1950년 탐사 기준 총매장량이 1만 9,000톤으로 아직 채굴되지 않은 자원이 상당하지만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광명동굴은 총 8레벨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하 7레벨까지 깊이는 무려 275m로 사갱(경사지게 파 내려간 갱도)을 따라 좌측과 우측에 채광을 하던 갱도가 뚫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볼 수 있는 곳은 지하 2레벨까지다. 그 아래는 지하 암반수에 잠겨 있다. 이 지하 호수에도 조명이 설치돼 빛을 반사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지금은 물 때문에 들어갈 수 없지만 8레벨까지 뚫려 있는 동굴의 길이는 7.8㎞, 일반에 개방된 동굴의 연장은 2.3㎞로 돌아보는 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동굴 곳곳에 빛의 터널, 예술의 전당, 홀로그램 상영, 아쿠아 월드, 황금 궁전, 지하수 전망대, 새우젓 발효 창고, 와인 동굴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꾸며 놓았다.


광명동굴은 2015년 유료화 이후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몰려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전까지 시의 수입을 올려주는 효자 구실을 톡톡히 했다. 임 해설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관광객들 중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50 대 50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왔다”며 “암반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단단한 석재인 석회규산염암과 판암으로 이뤄져 붕괴 위험이 없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동굴 곳곳에 빛 터널, 예술의 전당, 홀로그램 상영, 아쿠아 월드, 황금 궁전, 지하수 전망대, 새우젓 발효 창고, 와인 동굴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꾸며 놓았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6,000원이다. 연중 기온 13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피서지로 이만 한 곳이 없는데 오싹한 한기 때문에 겉옷을 걸치고 오는 게 좋다.

와인 시음장.




광명시에서는 동굴 외에도 볼 만한 콘텐츠가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충현박물관인데 조선 시대 대표적인 청백리 오리(梧里) 이원익과 후손들의 유적·유물이 보존돼 있다. 박물관 안에는 유물과 자료, 종가의 민속 생활품 등 사대부 집안에서 사용하던 자료가 전시돼 있고 건물 밖에는 영정을 모신 사당, 관감당 등이 있다. 관감당은 1630년 이원익이 관직에서 물러나 살던 초가에 비가 새자 청빈을 가상히 여긴 인조가 경기감사에게 명해 지어준 집이다. 마당 안에는 최근 복원된 풍욕대, 거문고를 연주했던 탄금암, 400년 수령의 측백나무 등도 있어 둘러볼 만하다. 입장료는 3,500원이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청백리 재상인 오리 이원익과 후손들의 유적·유물이 보존돼 있는 충현박물관.


본래 목적지는 아니었으나 이원익 종택을 찾아가는 길 오른편에 ‘기형도문학관’이라는 입간판이 달린 건물이 불현듯 눈에 띄었다. 오래전 신문기자였던 그가 쓴 시를 읽고 ‘이 송곳 같은 문재(文才)를 억누르고 어떻게 기자 일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것이 떠올라 차를 멈추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기형도가 유년에 이사 와 죽기 전까지 살았던 광명시에는 그의 문학관이 설립돼 있다.


기형도문학관이 이곳에 들어선 것은 인천시 옹진군에서 태어난 그가 1964년 이사해 세상을 뜰 때까지 시흥군 일직리(지금의 광명시)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이던 이곳에서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사고로 누이를 잃었다. 유년의 이 같은 사건들은 그의 내면에 체화됐고 시문학의 자양분이 됐을 터이다. 문학관에는 어린 시절부터 사망 직전 기자 시절까지를 망라한 연대기와 문학의 자취가 정리돼 있다.

/글·사진(광명)=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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