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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생산·수입국 中압박...中, 희토류 무기화 더 노골화하나

[불붙는 희토류 전쟁]

쿼드 회원국, 中 자체 수출량 제한 막는 규정 추진

中은 "4개국 희토류 기술력 없다" 대응 수위 높여

美 "쿼드 들어와라" 中 "불참하라"...韓 선택 기로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 패스의 한 희토류 광산에서 대형 트럭이 희토류 원석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그야말로 희토류 최강국이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 가운데 가장 큰 58%(2020년 기준, 미국지질조사국 기준)의 비중을 차지하는 동시에 ‘세계의 공장’답게 희토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들이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독립’을 주요 목표로 설정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공급망을 재편성해 안정적인 조달을 꾀한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분쇄해 ‘중국 힘을 빼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녹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희토류 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반도체, 통신 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미중 갈등이 첨예한 판에 희토류가 휘발성 강한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특히 희토류 수입 규제는 곧바로 첨단산업의 타격을 뜻한다. 미중 양국으로서는 미래 기술 패권 싸움의 알파요, 오메가인 희토류를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중에 끼여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도 크다.

◇쿼드 통해 중국이 자체 수출 제한도 못하도록 추진=희토류는 지구 부존량이 많지 않은 17개 원소의 총칭이다. 이들 희토류는 첨단산업과 미래 산업, 첨단 무기에서 쓰임새가 크다. 첨단 제품일수록 희토류를 이용해 고성능을 뽑아내는 경우가 많아 미래 사용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중국은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지배하다시피 했다. 희토류는 부존량이 다른 원소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없다시피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희토류를 채굴하고 정제해 산업 소재로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독성이 강력한 화학물질을 써서 추출하는 탓에 독성 폐수도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 때문에 희토류는 매장량도 중요하지만 환경오염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권위주의 권력과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이 필수다. 세계 매장량의 37%를 차지한 중국이 한때 세계시장의 98%를 공급하며 독주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도 자국의 희토류 광석을 중국에 보내 정제한 뒤 다시 수입하는 방식으로 전체 필요량의 80%를 해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과의 패권 싸움에 한창인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은 항시 거론돼왔다. 실제 일본은 중국 희토류 독점의 ‘뜨거운 맛’을 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일부 희토류의 일본 내 가격은 9배 가까이 치솟았다.

미국이 쿼드를 통해 중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희토류에 대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니혼게이자이 등 외신에 따르면 쿼드 4개국은 희토류 공급망 재편뿐 아니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중국이 자체적으로 희토류 수출량을 제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도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대아시아 전략의 린치핀인 쿼드를 통해 희토류 수급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희토류는 ‘양날의 검’…선택 기로에서 고민 커진 韓=현재 희토류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세계 희토류 공급 비중은 58%까지 내려왔다. 미국과 호주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자는 데 뜻을 모아 생산량을 꾸준히 늘렸고 그 외의 많은 국가들이 이 시장에 주목해 경쟁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희토류 최대 생산국이지만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57%를 소비하는데 이 중에는 수입 물량도 많다. 실제 2018년에는 처음으로 중국의 희토류 수입이 수출을 넘어섰다.

미국과의 관계도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다. 미국은 희토류 필요량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지만 반대로 중국에 일부 희토류를 수출하기도 한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수출한 희토류는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이런 이유들이 겹쳐 최근 중국은 희토류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실제 중국은 최근 올 상반기 자국의 채굴업자들에 대한 생산 쿼터를 지난해 대비 27.6% 올렸다. 당시 외신들은 중국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쿼드 논의로 중국도 대응 수위를 높일 개연성이 커졌다. 가급적 정면 충돌은 피하겠지만 중국 나름의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은 ‘희토류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쉽게 벗어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4개국에는 희토류 관련 기술과 인적자원이 없고 자체 수급망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천잔헝 중국희토류산업협회 부비서장은 “희토류 분야에서 중국의 지위에 쿼드가 일부 도전할 수 있겠지만 단기간 내 중국에 대한 의존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우리다. 미중 간 희토류를 둘러싼 갈등 수위가 높아질수록 ‘쿼드 가입을 통해 새 공급망에 들어오라’는 미국과 ‘쿼드 불참을 통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라’는 중국 사이에 끼여 애매한 입장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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