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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축제와 폐업' 여의도의 두 얼굴

이승배 증권부 기자





얼마 전 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 풍경을 바라보다 갑자기 묵직한 둔기로 맞은 듯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증시 호황에 지난해 증권사 실적 앞에는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두둑한 보너스에 직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같은 시기 증권사 밖의 풍경은 딴 세상이다. 재택근무 돌입으로 점심시간이면 복작거리던 상가는 스산하고 가끔 들르던 카페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선 후 ‘자산 시장 거품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실물경제 전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손을 내젓는다. 올해와 내년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 추정치는 126조 원, 153조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넘어섰다. 위기 속에서도 우량 기업의 이익 체력은 개선돼 증시를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거품일 리 없다는 게 그들 주장의 요지다.



생각해 볼 부분은 이들의 역대급 이익이 어디서 왔냐는 질문이며 자영업자의 몫이 그들에게 돌아간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 직후에는 경쟁력이 부족한 기업이 구조 조정되는 ‘청소 효과’가 발생하는데 ‘부채’에 취약한 순서대로 정리된다. 당연히 퇴출의 문턱으로 먼저 밀려나는 곳은 소상공인과 비상장 기업이다. 여행 산업은 이미 시장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수요가 절벽으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여행 업체 23.5%가 사실상 폐업 상태에 돌입했다. 버티기만 하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몇 안 되는 상장 여행사의 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증권사에는 축제일지 모르지만 자영업자에게는 버겁기만 한 이 악몽 같은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며 마침표는 요원하다. KB증권은 “1998년 외환 위기 당시에는 기업 사이의 양극화가 확대됐지만 코로나19는 상장사와 자영업자 간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식 시장에 이익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짚었다. 향후 코로나19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양극화 진행이 본격화될 수 있다. 증시가 변곡점에 들어섰다. 차오르는 계좌 잔액을 보며 미소 짓기에는 ‘3,000’이라는 숫자에 도사린 한숨이 너무 무겁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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