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양파, 계란 등 주요 농축산물부터 즉석밥까지 줄줄이 가격이 뛰면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가운데 편의점이 오히려 대형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와 생필품을 공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년 전만 해도 편의점은 동네 마트나 인근 대형 마트보다 비싸 '가성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다양한 매입 전략과 할인 행사로 오히려 더 싸게 상품을 공급하면서 기존 대형마트가 담당하고 있던 '장보기 플랫폼'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장 내 30%가 넘는 상품이 대형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15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바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과 다듬기 과정을 마친 '절단 대파(120g)'의 가격은 1,500원으로 대형마트 A사의 유사 상품인 '친환경 절단 대파(100g)' 2,295원 대비 54.5% 저렴하다. 최근 대파는 작황 부진과 이상 기후로 가격이 급등해 1kg 당 소매 가격이 1년 전 대비 248%나 뛰어오르며 7,000원을 훌쩍 웃돌고 있다.
1년 전 대비 가격이 46% 뛰어오른 양파도 편의점이 더 싸다. 대형마트 A사에서 판매하는 깐 양파(2개입)는 3,500원이지만 CU에서 판매되는 손질 양파(2개입)는 2,000원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인한 산란계(알을 낳는 닭) 살처분 영향으로 '금란'에 등극한 계란도 10구 기준(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5,900원으로 1,000원가량 더 저렴하다. CU 관계자는 "편의점 농축산물은 세척과 다듬기 과정을 거쳐 일반 원물보다 비싸지만 유사 상품을 비교했을 때 더 저렴한 걸로 나타났다"며 "소용량으로 간편한 식재료를 구매하려는 고객은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편의점 농축산물의 물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규모의 경제' 덕분이다. 통상 유통가에서 규모의 경제는 대량 매입에 따른 가격 인하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지만, 지금처럼 대량의 물량 확보가 어렵고 물가 폭등 시기에는 오히려 편의점 같은 소량 구매 유통 채널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해진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채소 판매량 크게 늘고 있지만 아직 대형마트 보다는 매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협력사에서도 부담 없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물량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같은 브랜드여도 마트보다 편의점이 더 싼 상품이 있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곡물 값 상승으로 가격이 오른 가공식품도 편의점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즉석밥 제조 업계는 쌀 가격이 급등하자 잇따라 상품 가격을 올리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햇반' 가격을 종류별로 6~7% 인상했으며, 오뚜기는 '오뚜기밥'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반면 CU는 최근 업계 최저가인 단돈 990원에 PB 상품인 백미 즉석밥 '헤이루 우리쌀밥(210g)'을 선보였다. 이는 중간 유통 비용 및 광고비 등의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상품 마진율도 일반 상품 대비 절반 이하로 낮춘 덕분이다. 그 결과 플러스 원(+1) 증정 행사가 적용된 제조업체 상품 가격과 비교해도 30% 이상 차이 날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이 밖에도 편의점 업계는 마감 세일, 1+1 행사 등을 수시로 진행하면서 상당수의 상품을 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가 가성비 높은 상품과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기존 인식을 바꾸고 있다"며 "1인 가족 급증에 더해 코로나19로 근거리 쇼핑 플랫폼으로 부상한 만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더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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