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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제주화가 이왈종 5년만에 국내 개인전

화사해진 신작에 위로 문구 담아

가나아트 나인원,사운즈한남 28일까지

이왈종 '제주생활의 중도' /사진제공=가나아트갤러리




낚시 갔다가 공(空)쳤나 보다. 공(球)치러 나갔다 허탕친 날도 저런 표정이었다. 발 끌며 들어오는 그의 발치에 멋모르는 강아지가 뛰어들었다. 툭 내뱉는 한 마디.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제주 생활의 중도’를 주제로 도교와 불교 사상을 아우르듯 초월하며 30년째 동양적 필치의 현대미술을 그려가는 이왈종(76)이 5년 만에 국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과 사운즈한남에서 동시에 열린 전시는 2020년에 그린 최신작 19점으로만 채웠다.

전시 제목 ‘그럴 수 있다(A Way of Life)’는 작가가 삶 속에서도 종종 되뇌던 문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자 그림에 ‘만화처럼’ 글을 적어넣었다. 원로화가의 과감함이다.

힘차게, 신명 나게 북 치는 여인도 이번 신작들의 독특한 도상이다. 손놀림이 어찌나 빨랐던지 팔이 3개다.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기 위해 한 장면에 같은 사람이 여럿 등장하고, 속도감을 보여주기 위해 움직이는 다리를 여러 개로 그리는 등 전통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법이다. 작은 오두막이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가 하면, 지붕이 아래로 꼬꾸라졌는데도 그 집 사람들은 유유자적 아랑곳 않는다. 아기자기한 요소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왈종 '제주 생활의 중도' /사진제공=가나아트갤러리


경기도 화성 출신인 이왈종은 1979년부터 추계예대에서 교편을 잡았으나 1991년에 돌연 교수직을 내려놓고 제주로 낙향해 뿌리를 내렸다. 제주 이왈종미술관은 서귀포의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 매화·동백·감귤나무·수선화 등이 만발한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골프하는 사람 등 현대인을 주인공 삼은 그림은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다. 친근한 일상을 이상향으로 그려놓기에 언제, 누가 보더라도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꽃과 새, 물고기, 노루, 사람, 집, 자동차 등의 소재를 비슷한 크기로, 원근감 없이 그리는 까닭은 그 어떤 생명과 사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중요하지 않은 것 없이 평등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사랑과 증오는 결합해 연꽃이 되고, 후회와 이기주의는 결합해 사슴이 된다. 충돌과 분노는 결합해 나르는 물고기가 된다. 행복과 소란은 결합해 아름다운 새가 되고, 오만함과 욕심은 결합해 춤이 된다.”

시(詩)처럼 이야기하는 작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인해 답답함과 우울로 낙심한 이들에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삶의 이치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낼 여유를 찾아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28일까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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