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정보 공작을 지시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미 정보 당국의 보고서가 나왔다. 러시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재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벌였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를 직접 지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가정보국(DNI)은 러시아·중국·이란 등 적성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조사해 15쪽 분량의 보고서로 발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당시 후보에 대한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를 대규모로 유포하는 방식으로 트럼프를 지원했다. DN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는 그들의 정보기관과 연결된 대리자들을 활용해 바이든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미국 언론과 정부 관리, 유력 인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주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선거 개입을 감독했거나 최소한 승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측근까지 정보 공작 대상으로 삼았다. 우크라이나 의원인 안드리 데르카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만나 바이든 후보를 겨냥한 허위 정보를 반복해서 강조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허위 정보를 흘리려고 줄리아니를 통로로 활용했다”면서 “미 정보 당국이 이런 사실을 백악관에 보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묵살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러시아의 정보 공작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퍼뜨린 가짜 정보와 음모론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공개적으로 확대·재생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대선 공작에 대응해 이르면 다음 주 제재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CNN이 미 국무부 관리 3명을 인용해 전했다.
한편 이란은 러시아와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낙선시키기 위해 은밀한 활동을 벌였다고 DNI는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운동 기간에 중국이 자신을 낙선시키려고 공작을 벌인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CNN은 외국 정부의 간섭에 대응하는 미국 정부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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