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딱 한 작품만 할 수 있다면 저는 ‘시카고’를 할 거예요.”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000년을 시작으로 뮤지컬 ‘시카고’ 한국 공연의 매 시즌에는 배우 최정원이 있었다. 무려 21년. “이제야 시카고를 알 것 같다”는 그는 오는 4월 개막하는 이 작품의 열 여섯 번째 시즌에도 함께 한다.
최정원은 18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뮤지컬 ‘시카고’ 연습실 공개 행사에 참석해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시카고는 남편과 동생을 살해한 뒤 교도소에 들어와 언론의 관심을 끄는 보드빌(통속적인 희극과 노래, 춤을 섞은 쇼) 배우 출신 죄수 ‘벨마 켈리’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불륜남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코러스걸 ‘록시 하트’가 감옥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브로드웨이의 대표 작품이다.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감각적인 안무와 재즈, 블랙 유머를 조화롭게 녹여내며 오랜 시간 사랑 받아왔다.
국내 초연 당시 록시 배역을 맡았던 최정원은 이후 벨마로도 사랑받으며 ‘시카고의 살아있는 역사’가 됐다. 그는 “적은 무대·의산 전환 속에 배우들이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야 한다”며 “뮤지컬 배우로서는 꼭 해내야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배우 윤공주가 벨마 켈리로 더블 캐스팅됐고, 5번째 시즌을 함께 하는 아이비와 이번 시즌 처음 합류하는 티파니 영·민경아 3인이 록시 역을 맡았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변호사 빌리 플린 역에는 박건형과 최재림이 캐스팅됐다. 최정원은 “올해 합류한 배우들의 역량은 내 가슴을 타오르게 한다”며 강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시즌은 소녀시대 티파니 영의 합류로도 화제가 됐다. 티파니 영은 2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록시 배역을 따냈다. 지난 2011~2012년 ‘페임’ 이후 9년 만의 뮤지컬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시카고 공연을 챙겨 봤다는 티파니 영은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라며 이번 공연을 향한 설렘을 드러냈다. 그는 “걸그룹 연습생 생활이 힘들었는데, 시카고는 그 이상으로 힘들다”며 “시카고 팀의 에너지로 이겨낼 수 있었고, 모든 분들이 내게 영감을 불어 넣어줬다”고 단단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번 시즌은 한국 프로덕션 21주년 기념으로 4월 2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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