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협상이 18일 끝내 결렬됐다. ‘여론조사 방식’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결국 19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각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선 후보 등록을 하게 됐다. 투표지에 두 후보 모두 명시돼 단일화 효과는 상당 부분 반감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어떻게 해서든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밝혀 추가 협상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물론 양측은 여전히 여론조사 방식을 두고 “양보 불가”를 외치고 있어 투표용지 인쇄 직전인 오는 29일까지 단일화를 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벼랑 끝’ 대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단일화 실무협상 단장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까지 여론조사를 마치고 내일 단일 후보로 등록하도록 약속이 잡혀 있지만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논의 결과 물리적으로 여론조사가 촉박하지 않겠나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을 밝힌 후에도 양측은 다시 만나 추가 조율을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협상 결렬을 인정하면서 이날 예정된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도 무산됐다. 오 후보와 안 후보가 양자 회동을 갖고 발표한 ‘후보 등록 기간(19일) 전 야권 후보 단일화’ 약속도 불발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당 후보가 19일 선관위에 각각 후보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가 투표용지 인쇄 전까지 단일화에 성공해도 선거 당일 투표용지에는 ‘오세훈·안철수’가 모두 기재된다. 29일 전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사퇴한 후보의 이름이 삭제되지 않고 투표용지 후보 이름 옆에 ‘사퇴’가 인쇄되는 만큼 사표 발생을 막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 명만 이름을 올려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양측은 여론조사에서 ‘유선전화 사용자’ 포함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으면서 막판 협상에 발목이 잡혔다. 전날 밤 늦게까지도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적합한지(적합도)’ ‘누가 경쟁력이 있는지(경쟁력)’를 묻는 문항을 두고 대치했다. 이에 반대하던 국민의당이 이날 오전 일부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100% 무선전화 여론조사를 역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유선전화 사용자 10%가 포함돼야 한다고 맞서며 협상은 다시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사용자가 인구의 26%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객관성을 위해 적어도 10%는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은 유선전화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고령층이 많다는 점을 들어 무선전화 100%를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이견을 당장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선전화를 포함하면 오 후보가, 무선전화 100%로 조사하면 안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나 양측의 신경전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양보하는 쪽이 단일화 여론조사에 핸디캡(불리한 조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무선전화 100% 방식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협상 결렬 직후 안 후보가 “어떻게 해서든지 야권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입장을 내고 오 후보도 “국민의 단일화 염원에 부응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히면서 막판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은 남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발표되는 여론조사에 따라 단일화 협상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여론의 역풍으로 둘 중 한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하면 이른바 ‘여론에 의한 단일화’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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