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을 역임한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차기 원장에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실패로 공격을 받는 ‘소득주도성장’의 주창자인 홍 교수가 국책연구기관 수장으로 거론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 정부 초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으로 실패한 경제정책 설계자가 정부에 제대로 된 정책 제안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다.
18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관가·정계 등에 따르면 이달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최정표 KDI 원장 후임에 홍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회는 지난 17일까지 서류 접수를 마쳤고 3배 수 이상의 인원이 공모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교수는 공모 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핵심 인사는 “개혁적 성향의 경제학자이자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계한 홍 교수가 선임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책연구원 원장에 올라 정책 코드를 뒷받침하는 연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참여정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과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이번 정부 들어서는 현 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였던 ‘소주성·혁신성장·공정경제’를 밀어붙였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급격하게 올리면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사라져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작용에도 홍 교수는 물러서지 않았다. 2019년 6월 한 토론회에서 2019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에 대해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를 진작시키는 소득주도성장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으로 인한 ‘분배의 역설’만 발생한 문제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을 남기고 최근 국책연구원 등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속속 내려오고 있다. 이달 초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8대 이사장으로 대통령 직속 정책위원회 위원장 출신의 정해구 전 성공회대 교수를 선임했고 금융연구원장에는 박종규 전 재정기획관, 노동연구원장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이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홍 교수는 현 정부 경제 라인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학현학파’에 속해 있다. 홍 교수 외에도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주상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분배를 중시하는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겸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이사장의 경제 이론을 따르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을 말한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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