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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新얄타체제…"미중 사이 머무를 제3 지대 이젠 없다"[신냉전 새판 짜는 국제질서]

[신냉전 새판 짜는 국제질서]

<하> 요동치는 동북아-갈팡질팡 韓 외교

지난 18일(현지 시간)부터 1박 2일간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린 가운데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한 양제츠(왼쪽 사진 가운데)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발언하고 있다. 반면 미국 측 제이크 설리번(오른쪽 사진 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을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이날 미국과 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을 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두 달을 맞은 가운데 ‘중국의 패권을 막기 위한 민주주의 연대’라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 견제의 핵심 고리로 삼고 있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4자 협의체)’의 첫 정상회의가 지난 12일 개최되면서 동북아 지역은 급속히 신(新)냉전의 격동 속으로 빨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또 16일 일본 도쿄에서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고 해양 진출과 인권 등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어 18일 서울을 방문해 국무장관 모두 발언과 기자회견 등에서 중국을 겨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하이라이트는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이 세계 안정을 유지해온 질서를 위협한다”고 날선 발언을 이어갔고 중국은 급기야 “미국이 군사력과 금융 헤게모니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억압하고 있다”고 역공에 나섰다.

美, 사실상 중국을 적·경쟁자 규정

동맹과 클린네트워크·쿼드 등으로

中 포위하며 신냉전시대 본격 진입

中도 아시아 등 패권 야욕 노골화

'전략적 선택' 韓 입지 갈수록 제한적

외교 전문가들은 최근의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얄타 체제(냉전 시대)와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자유 진영의 경제·군사적 동맹이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국제 질서가 냉전 시대와 평화공존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인 신냉전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2일 “최근의 동북아 질서는 얄타 체제와도 분명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 “미국은 인권을 말살하고 국제사회를 기만하는 중국의 가치가 전 세계에 확산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으며 민주주의 가치를 함께하는 나라와 합세해 그 불순한 의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역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내에서도 다수의 학자가 ‘신냉전 시대’와 다름없는 미중 갈등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에서 오히려 더욱 정교하게 중국을 압박하는 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클린 네트워크와 쿼드, 쿼드 플러스 등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은 냉전 시대 당시 미국 주도의 마셜플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도 흡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후 독일 처리를 위해 강대국들이 모였던 얄타회담이 미국과 옛 소련을 축으로 한 대립 구도, 즉 ‘냉전 체제’의 서막을 알리면서 옛 소련의 몰락 시점까지 장기간 국제 질서를 지배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대외 원조 계획인 마셜플랜을 통해 서유럽을 자유·민주주의 동맹 안에 결집했고 나토라는 안보 협의체로 옛 소련의 군사적 팽창을 막았다.

물론 이데올로기와 경제체제가 모두 양분됐던 전후의 세계 질서와 현재의 동북아 구도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은 이데올로기에서는 대립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는 사실상 통합돼 있어 신냉전의 방정식은 훨씬 복잡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옛 소련만큼 중국이 자신의 우방국을 이데올로기로 묶고 있지 못하다”면서 “신냉전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한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전략 (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보고서를 보면 중국을 이대로 둘 경우 전 세계의 평화공존은 어렵다는 미국의 인식은 명확하다. 미국 정부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한 후 약 40년 동안 취해왔던 중국에 대한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전제한 뒤 중국을 미국에 경제적·가치적·안보적 도전을 가하는 ‘경쟁자’로 규정했다. 이 보고서가 트럼프 정부 당시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정책에서만큼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승계하며 이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중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며 동맹을 서서히 규합하는 움직임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 그로 인한 국제 질서의 재편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서 보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한국의 입지 역시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대륙 세력인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태평양에 진출하려 하고 있고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대만과 호주는 미국 주도의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도 “중국은 한반도를 포함, 아시아에서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생각이 분명하다”며 “미국은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중국을 억제할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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