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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제판 분리'에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100여 년 전 헨리 포드는 협소한 공급 네트워크의 문제를 다수의 공급 업체를 인수·설립하는 그룹 내 수직 계열화를 통한 생산 체제 구축으로 해결했다. 이러한 포드의 경영 전략은 20세기 초 기업 경영 전략의 표준이 됐다. 한편 시장이 성숙하고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21세기에 들어선 후 최근까지도 기업 경영은 선택과 집중이 강조되고 비용 절감과 아웃소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런가 하면 최근의 테슬라 사례는 또 다른 형태의 수직 계열화를 보여준다. 테슬라는 비용 절감에 주목한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소비자 접점의 확보와 데이터에 기초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 점이 포드나 지금의 다른 자동차 제작사들과 다른 점이고 사람들이 테슬라에 주목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상품 개발(제조)과 판매를 분리해서 운영하는 ‘제판 분리’ 움직임이 몇몇 보험사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은행(방카슈랑스)과 법인보험대리점(GA)을 판매 채널로 활용하는 아웃소싱이 확대돼왔으나 최근의 제판 분리가 주목받는 것은 은행이나 GA를 통한 아웃소싱이 아니라 보험회사의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제판 분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판 분리의 배경에는 전속이든 GA 소속이든 관계없이 수수료 제도와 상품, 언더라이팅 정책에 따라 설계사의 이동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영업 방식으로는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서비스 관계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 접점 유지 및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기존 판매 채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플랫폼 기업들의 보험업 진출이 가시화하고 있어 보험사 전속 채널의 영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또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의 제판 분리 과정에서 걱정되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현실적으로 GA화된 판매자회사에서 자사 상품을 촉진하면서 타사 상품 확대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비용 관리(판매코스트 절감), 영업 조직 이탈, 기존 매출 확보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정작 고객 접점의 확보, 고객 정보와 보험 상품 연계 등 판매자회사를 추진하게 된 동인을 사업 운영에서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판매자회사가 기존 아웃소싱의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면 수수료 중심의 영업 행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핵심 경쟁력인 상품과 언더라이팅, 조직 관리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판매회사가 소비자의 숨겨진 요구를 포착하는 보험사의 촉수가 되고, 보험사는 이를 상품 혁신과 소비자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을 통해 보험사와 판매자, 그리고 소비자가 모두 승자가 되는 새로운 사업 모델 구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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