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 그동안 화웨이를 지탱해 주던 중국 내 ‘애국소비’도 주춤하고 있어 악재가 쌓이는 모양세다.
31일 화웨이는 ‘2020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8,914억위안(약 15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에 비해 3.8% 증가하는 데 그친 수치다. 순이익도 역시 3.2% 증가한 646억위안(약 11조원)에 그쳤다.
이는 2019년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각각 19.1%, 5.6%을 기록한데 비하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앞서 2018년의 성장률은 각각 19.5%, 25.1%였다. 2018년 이래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거의 정체된 셈이다.
지난해 지역별 매출 가운데 중국 부문은 15.4% 늘어난 5,849억위안을 기록한 반면 해외는 미주 부문이 24.5% 급감하고 유럽·중동·아프리카 부문과 아시아태평양 부문도 각각 12.2%와 8.7% 줄었다. 중국 내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6%로 집계됐다. 그나마 중국 부문 매출도 앞서 2019년 36.2% 성장한데 비해 지난해 성장률은 반토막난 셈이다.
사업부별 매출은 스마트폰 등 소비자 부문이 3.3% 증가한 4,829억위안이었을 뿐 통신장비 부문은 3,026억위안으로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클라우드 등 기업 부문은 23% 증가한 1,003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 미국의 압박이 더 심해지고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내수 부진으로 중국인들의 ‘애국소비’도 시들해지고 있어 화웨이의 시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월 화웨이의 스마트폰 중국시장 점유율은 15%로 하락했다. 오포(25%), 비보(22%)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의 압박은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2일 화웨이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미 정부지원금 뿐만 아니라 민간업체의 화웨이 장비 구매도 막힐 것으로 보인다.
켄 후 화웨이 순환 회장은 이날 “지난 1년간 우리는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뎌 냈다. 전망에 대부분 부합하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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