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이 국민의당에 사실상 “이번 주까지 합당 의견을 달라”고 요구한 가운데 당 중진들이 13일 “합당 협상은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당의 답이 없을 경우 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를 우선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당내 반발이 나오면서 이 계획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당내 최다선(5선·4명) 가운데 한 사람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두려운 건 오직 국민뿐, 야권통합을 이뤄달라는 민의에 순명(順命)하는 자세이면 좋겠다. 모처럼의 통합 논의를 칼로 두부모 베듯이 협량하게 해서야 되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품고 포용하는 좀 더 인내심 깊은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주 권한대행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먼저 합당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그 문제를 정리하려면 그쪽 뜻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빨리 의견이 정리되는대로 알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시기를 이번 주 수요일(14일)로 특정하기도 했다. 이 때까지 국민의당의 답이 없으면 지도부를 꾸리기 위해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이 “통합 논의를 협량하게 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이다.
3선 장제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차기 당대표가 통합정당의 판을 깔고, 국민의 직접 선택을 받을 대선 후보에게 혁신의 월계관을 씌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두 개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통합이고, 또 하나는 혁신”이라며 “전당대회에서는 ‘대통합’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대선 후보들 간의 뜨거운 혁신 경쟁을 통해 혁신정당의 완결판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권 대통합의 용광로가 될 전당대회, 혁신 대통령 후보를 탄생시킬 대통령 후보 경선, 이것을 성공시켜야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4·7재보궐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날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지금 전당대회 얘기가 나오는데 저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라며 ‘관리형 지도부’ 구성을 주장했다. 이어 오 시장은 “일단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 중심으로 임시지도부를 만들고 그 임시지도부가 대선후보 선출 때까지 리더십을 발휘하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대선주자가 선출되면 그를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전당대회를 서둘러 열기보다 임시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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