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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수 생보협회장 "연금보험 가입 유도하려면 稅혜택 1,200만원 이상으로 확대 필요"

[서경이 만난 사람]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대담=최형욱 금융부장 choihuk@sedaily.com

현 700만원은 7~8년전 기준…젊을때부터 노후 대비하도록 당근 제시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원리금보장형 포함, 퇴직급여 안정 수급 확보를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새먹거리 발굴하고 해외 진출도 지원할 것

정희수 생보협회장. /성형주기자




정희수 생보협회장. /성형주기자


“현재 세제 혜택의 한도가 개인연금·퇴직연금 합산 700만 원인데 이게 7~8년 전 기준입니다. 그때보다 물가도 많이 올랐고 100세 시대의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1,200만 원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노령연금 30만 원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젊고 여력이 있을 때 연금을 더 많이 들 수 있도록 세제 혜택 확대라는 유인책이 보다 필요합니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생명보험협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이같이 밝히며 “연금보험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세제 당국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생보협회장으로 취임한 정 회장은 연금보험 세제 혜택 확대를 포함해 보험 업계에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 양극화 및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에 비해 노후소득보장 준비는 미흡한 상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인 빈곤율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노후 대비를 위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3층 연금 구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사적연금 가입률은 16.9%로 OECD 평균(67.5%) 대비 낮다. 정 회장은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개인연금·퇴직연금의 가입률을 높이고 종신연금 수령을 유도할 수 있는 상품 구조 개선 및 제도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기 유지 보너스 등 장기간 가입을 유지할수록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로 상품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사적연금지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정책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미국은 ‘캐치업 폴리시(Catch-up Policy)’를 통해 50세 이상 국민이 사적연금에 가입할 경우 별도의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독일도 ‘리스터연금’ 제도를 통해 사적연금 납입 시 소득공제와 보조금 지급 혜택을 주고 있다.

안정적인 노후 대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은 “최근 논의 중인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 도입에도 원리금 보장형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으면 지정된 펀드 또는 투자 일임 계약으로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관련 법안 세 개가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정 회장은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급여로서 후불 임금의 성격이 있고 노후 생활에 매우 중요한 소득원이기 때문에 수익성과 함께 안정성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하는 요소”라며 “19대·20대 국회 때도 관련 법안이 올라왔지만 결국 부결된 것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퇴직연금 실적배당형의 10년간 수익률은 원리금 보장형 수익률보다 0.2%포인트밖에 높지 않았고 증시 상황에 따라 기복이 심한 만큼 손실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정희수 생보협회장. /성형주기자


보험 업계가 마주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 저출산·저금리·저성장 ‘3저’의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로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빅테크들은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플랫폼을 갖춘 빅테크가 높은 수수료 조건을 제시하는 보험사 상품 위주로 취급하다 보면 보험 상품의 다양성 및 혁신성이 저하되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도 제한되는 부작용이 있다. 정 회장은 “온라인 과점 체제가 계속되면 소수만 생존하고 군소 업체들은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보험 업계가 어려움을 탈피할 수 있도록 정 회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과 신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보험사의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통한 다양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고령자·유병자 대상 맞춤형 보험 상품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다. 한 예로 고혈압 유병자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산출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고혈압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유병자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정 회장은 “공공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을 놓고 현재 보건복지부와 금융위원회, 생보·손보협회 간 논의가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병자들의 기록을 확보해 맞춤형 상품이 탄생할 수 있고 상품 종류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헬스케어 서비스 규제에 대해서는 “안 되는 부분만 명확히 하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규제를 모두 풀어주는 ‘네거티브’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을 탈피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인 해외 진출도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 3월 KOTRA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OTRA는 전 세계 84개국 129곳에 해외무역관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해외 진출 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채널이 확보된 것이다. 특히 생보사들이 감독 당국, 학계, 전문가 등 현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시장이 커져야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데 국내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해외 진출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본 보험사들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성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생보사들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는 경우 현지 간담회 주선, 합병?인허가 관련 감독 규제 및 해당 시장 주요사 전략 등 실효성 있는 지원에 힘쓸 계획이다.



정 회장은 3선 의원 출신의 경제정책 전문가다. 정 회장은 국내 첫 경제연구소인 대우경제연구소 본부장을 지내며 경제 전문가로 활약했다. 17대 국회에 등원한 후 18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출범한 국회 경제정책포럼의 대표를 맡아 전문 분야인 경제정책에 노력을 기울였고 19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장을 역임했다. 정 회장은 “3선 의원으로서 의정 활동을 통해 누적된 다양한 입법 경험과 노하우들이 생보 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과제 발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회장으로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해나가야 하는 만큼 의정 활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보험연수원장을 지냈다.

현재 국회에 보험 관련 법안들이 다수 상정된 가운데 정 회장은 이 중 가장 시급하게 통과돼야 할 법안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법안을 꼽았다. 청구 전산화 의무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계류 중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약 3,800만 명이 가입해 연간 1억 건을 초과하는 청구가 발생되지만 복잡한 절차로 불편한 상황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가입자가 진단서 등 의료비 증빙서류를 의료 기관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의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 병원 부담 가중 등을 이유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문제는 청구 서류 전송 목적 외 활용 금지 및 위반 시 처벌 조항으로 해소할 수 있다”며 “소비자 청구 불편 및 의료 기관, 보험회사 등 모두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빠른 법률 개정 및 시행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보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정 회장은 금융위에도 보험과 연금을 같이 다루는 ‘보험연금국’이 필요하고 금융감독원에서도 보험 담당 부원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금감원에는 은행·증권 담당 부원장은 있지만 보험 담당은 부원장보만 있다. 정 회장은 “일관성 있는 보험 관련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행·증권과 함께 3대 축인 보험의 위상에 맞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첫 번째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해나가겠다고 역설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업계 차원에서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 등을 통해 생보 산업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 신뢰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 회장은 협회의 민원 업무 강화와 민원 업무 처리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생명보험 관련 민원 감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3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연착륙 지원을 위해 협회 차원의 설명회를 개최하고 소비자를 위한 금소법 안내 자료 배포 및 교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보험업권은 타 업권 대비 규제 수준이 높은 편인 만큼 금소법 대비가 잘돼 있던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금소법을 바라보면 6대 판매 원칙은 조금 과한 면도 있다고 본다”며 “초기라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을 조금 더 명확하게 주고 시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유연하게 개정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리=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53년 경북 영천 △1982년 성균관대 사회학과 졸업 △1992년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1994~1999년 대우경제연구소 지방산업경영센터 본부장 △1999~2002년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센터 센터장 △17·18·19대 국회의원 △2016~2020년 성균관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2018~2020년 보험연수원 제17대 원장 △2020년 12월~ 생명보험협회장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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