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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한의 올림픽 불참 경계해야

임종건 언론인·전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임종건 언론인 전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북한이 지난 3월 25일 제 32차 올림픽위원회 총회를 열고 오는 7월 일본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외형적인 이유는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불참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3년만이다.

우선 이것이 지켜질 결정인지 번복될 가능성이 있는 결정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의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그가 맘만 먹으면 북한올림픽위원회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일본 정부와 IOC가 강구한 코로나19에 대한 안전 조치를 신뢰해 세계 모든 나라들이 참가하는 상황이면 북한의 불참의 이유가 무색해진다.

북한의 참가를 절실하게 바라는 측은 개최국 일본과 IOC 그리고 한국 정도이다. 북한의 불참결정은 이들 3자로부터 참가에 따르는 유무형의 보상을 기대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뛰어넘어 북한에게 줄 당근은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향수에 젖어 있다. 그때처럼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가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에 더해 북일회담의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북한의 불참결정이 번복되기를 바라고, 그럴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여전히 낙관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미회담의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북 제재압박은 지속된다고 못을 박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를 끝낸 대북정책은 '세심하게 조정된 실질적인 접근법'이라고 애매한 수사로 표현됐으나 대 전제는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정상 간의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실무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 상향식 협상과, 다자 협상, 동맹강화 방식의 해결책을 중시한다. 난관해소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기 쉬운 이런 방식의 협상을 통해선 시급한 북한의 경제난 해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핵보유국 지위 확보가 목표인 김정은의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다. 돌파구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4월 6일 1만여 명이 참가한 당세포비서회의를 개최해 고난의 행군을 선언했다. 그는 대회에서 “그 어디를 봐도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이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는 달리 김정은에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악몽으로 기억돼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로 그는 2018~2019년에 걸쳐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씩이나 만났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잘못된 중재에 속아 풍계리 핵실험장만 없애버렸다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벼랑끝 전술은 북한의 상투적인 전술이다. 상대와의 긴장을 최고조시킨 다음 협상카드를 내미는 외교술이다. 올림픽 불참결정은 그런 전술의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다. 세계인의 축제에 자국 선수를 보내놓고 재를 뿌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유의할 것은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 858편기 폭파사건과 2002년 6월 29일의 연평해전, 2010년 11월 23일의 연평도포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다. 세 사건은 국제 스포츠행사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테러였고, 연평해전은 한일월드컵축구대회 한국과 터키의 3, 4위전이 열리던 날 북한의 기습적인 무력도발이었다. 연평도포격도발은 중국 광주(廣州)아시안게임 막바지에 저지른 도발이었다.

연평도 포격도발 10일 전 서울에선 한국이 주최한 G20정상회의가 열렸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도 왔었다. 북한은 한국이 주최하는 국제 행사를 그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발의 기회로 악용했다. 초대받지 못한 자의 질시와 상대에 대한 해코지 심리가 동시에 발동됐다고 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신 행정부를 상대로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대두된 상태에서 북측의 대남 대미 비난 수위와 무력도발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일본과 한국을 사정거리에 둔 중단거리 순항 및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했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발, 핵실험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미일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기습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온 게 우리 군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도발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동족에 대한 도발에선 천안함 폭침처럼 인명살상을 예사로 하고 있다. 도발을 막기 위한 경계도 철저해야 하지만 도발에 대한 응징도 그래야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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