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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공화당은 노동자와 전쟁 중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경제상황 나빠도 실업수당 폐지 등

노동자 삶의 질 개선엔 무조건 반대

대기업·부유층 위한 감세에만 관심

민주당 지지하는 기업만 골라 공격

폴 크루그먼




19세기 말 이래 공화당은 대기업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계속 낮은 수준으로 묶어뒀다. 하지만 새로 떠오르는 공화당의 스타들을 보면 갑자기 포퓰리스트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시 홀리 공화당 상원의원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정당이 아닌 노동 계층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최근 공화당이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펼치는 선별적 공격은 경제 문제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최대 불만은 사회적 평등, 유권자 투표 제한 금지 같은 민주당 측 이슈에 대기업들이 온건한 지지 입장을 취한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기업들이 세금을 거의 혹은 전혀 납부하지 않는다든지 노동자들에게 낮은 수준의 임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은 공화당에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공화당의 관심사는 대기업과 부유층을 위한 감세가 전부다. 반면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그것이 무엇이건 무조건 반대한다.

가장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실업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에도 공화당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수백만 미국인 가정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실업 수당 지급에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공화당의 수중에 있는 몇몇 주들은 미국 구조 계획에 따라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월 300달러의 추가 실업 수당 지급 조치를 이미 중단했다.

이처럼 실직자 지원 축소를 줄기차게 추진해온 주체는 바로 미국상공회의소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어떻게 반기업적인 노동 계층의 정당이 되겠다는 것일까.

공화당은 역사적으로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실직자들 지원에 반대해왔다. 2008년에 터진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졌던 2011년, 공화당 중진 의원들은 추가 실직 수당이 노동자들로 하여금 ‘집에서 TV나 보며 빈둥대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지난여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미국의 거의 모든 지역이 경제 봉쇄에 재진입했을 당시,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을 연장하려면 “우리 모두를 죽여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공화당은 경제적 상황에 관계없이 늘 실직자들의 삶을 비참하게 하려 한다.



최근 4월 고용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경제 전문가들의 견해는 팬데믹 기간에 도입된 실업 수당 확대가 고용을 축소하지 않았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 2020년 3월에 도입된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직 수당 시효가 만료된 후에도 가시적인 고용 증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저임금 지역의 고용률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다른 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통계청은 4월 한 달 동안 추가된 신규 취업 건수가 당초 예상했던 100만 건을 크게 밑도는 26만 6,000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과연 이것이 지원금을 제공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선 팬데믹으로 경제가 여전히 왜곡된 상태에서 단 한 달간의 수치만을 근거로 전반적인 고용 상황을 판단하려 드는 것 자체가 무리다. 4월의 고용 수치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결과다. 미국 경제는 실제로 10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노동통계청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봄철에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해 고용 수치를 하향 조정했다.

긴급 실업 수당이 고용 시장을 위축시켰다면 저임금 산업 부문의 신규 고용률이 가장 낮아야 한다. 실직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이 임금과 상관없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나타난 현상은 정반대다. 레저와 접대 분야 같은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 폭이 두드러진 반면 고임금 업종인 전문 서비스업의 일자리 손실이 가장 컸다.

필자는 4월 고용 보고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보고서에 나온 수치가 노동시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게 되면 상황 변화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보고서가 코로나19를 상대로 최근에 거둔 진전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 4월 고용 보고서는 ‘실업 수당 괴담’을 지원하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알 도리가 없다. 아마도 통계적 오류가 발생했거나 컴퓨터 칩 부족에서 보육에 이르는 다양한 요인들이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각 있는 행동은 수백만 가정의 생명선인 돈줄을 서둘러 끊지 말고 보다 구체적인 추가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 2~3개월을 더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경제 상황이 어찌 됐건 틈만 나면 실직자들을 벌주는 것이 이제까지 공화당이 해온 일이다. 겉으로 어떤 모습을 보이든 공화당은 여전히 기업을 위한 정당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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