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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급식 불똥 튄 조리병 "지옥 같은 군생활…업무 과중"

취사병 1명이 75인분 조리…"하루 15시간 중노동에 휴일도 없어" 호소

간부·병사식당 통합 운영 견해도…인력 확충·외주화 등 근본대책 시급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25일 수도권 지역 공군 방공관제부대를 찾아 방역 관리실태를 점검한 후 격리장병들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급식 불똥이 모두 조리병들에게 전가돼 업무 과중에 체력은 고갈됐습니다. 지옥 같은 군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격리장병 부실급식 폭로를 계기로 군 당국이 우후죽순으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번 사태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조리병을 위한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자 26일 여야 정치권까지 직접 일선 부대를 찾아 현장점검에 나서기로 했으나, 군 당국과 정부가 '사각지대'에 놓인 조리병들의 복무 여건부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도권 소재 육군 부대 소속 조리병의 모친이라고 밝힌 A씨는 이날 연합뉴스에 "조리뿐 아니라 월수금 부식차량 입고 시 상·하차작업부터 식자재 관리, 식사 후 뒤처리, 격리장병 도시락 사진 찍기 등 새벽 5시부터 저녁 8시까지 그야말로 풀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일반 사병들은 주말에 쉬고, 훈련이 끝나면 전투휴무를 주기도 하지만 삼시세끼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병들은 휴일조차 꿈꿀 수 없고,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진 상황"이라며 "기계도 아닌데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몸이 아프고 체력의 한계를 느낄 정도로 혹사하며 그 대량의 요리를 해야 한단 말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29일 경기도 소재 공군 방공관제부대를 방문해 격리장병들에게 지원되는 도시락의 내용물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 중대급 이하 부대를 기준으로 150명당 조리병 2명이 배치된다. 해·공군이 150명당 4명인 데 비하면 절반 수준인 셈이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조리 경험이 없는 취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세끼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병력 감축으로 취사장의 병사를 빼낸다면 민간조리원을 그만큼 보충해야 하지만, 국방부 지침에 따르면 80∼300명을 기준으로 1명이 배치되는 정도다. 영양사 보직은 아예 없다. 인력도 적고 대체하기도 쉽지 않아 일주일에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체제다.



부실급식 폭로가 육군 부대에서 집중적으로 나온 건 사회에서 조리 경험 한번 없는 조리병에게 급식의 맛을 사실상 의존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군 급식체계의 고질적 문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상황까지 겹쳐 악화할 대로 악화한 조리병들의 복무여건은 예견되어 있었으나, 국방부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리병의 열악한 처우는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부실급식 첫 폭로가 있기 한 달여 전인 3월 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군대 조리병들 증원이 절실합니다. 조리병들에게 매주 하루라도 휴일을 보장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3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리병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원인은 당시 글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조리병들이 3개월마다 며칠의 위로 휴가를 받고 훈련이나 경계근무 등을 열외로 해 주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코로나19 시기 조리병들은 휴가 통제·일시 해제의 반복 속에서도 인원 부족으로 수개월을 휴가도 못 나가는 병사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큰 원인은 식수인원 대비 현저하게 부족한 조리병사 인원"이라며 조리병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해당 청원은 당시 1,800명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고, 공론화가 되지 않아 군 당국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부실급식으로 뭇매를 맞은 뒤에야 국방부는 지난 20일 서욱 장관 주재로 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급양담당관, 취사병(조리병) 생활여건 등에 대해 주기적인 애로사항을 확인하여 조치"하기로 했다. 또 민간조리원 등 조리인력 추가확충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뒷받침 등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여건이 되는 부대라도 먼저 간부식당과 병사식당을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사람이 모자란 상황에서 식당을 이중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조리병과 민간조리원 등 개인역량에 의존하는 현행 체계 대신 전문업체 위탁을 통한 급식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군 내부에서 나온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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